“핵융합 현실화 가능… ITER에 거는 기대 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2-22 03:00 수정 2019-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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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 운전 10주년 국제학술대회… ‘미래 에너지’ 기술 타당성 등 논의

20일 공동 인터뷰에 응한 세 명의 핵융합 분야 석학. 왼쪽부터 가마다 유타카 일본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나카 핵융합연구소 부소장, 토니 도네 유로퓨전 프로그램 매니저(연구책임자), 스티븐 콜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스 마물리연구소(PPPL) 소장.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도대체 핵융합이 정말 가능한가. 언제까지나 실현이 요원한 ‘미래기술’은 아닌가.”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운전 1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한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의 핵융합 전문가들은 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 이골이 난 듯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런 비판을 많이 들었다”며 “아무도 가지 않은 ‘정답 없는 길’을 가다 보니 품게 되는 의구심일 뿐이다. 핵융합은 이미 과학 연구가 아닌 공학적 구현 단계에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핵융합은 수소 등의 핵을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에서 인공적으로 융합시켜 부산물로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얻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다. 이론적으로는 명쾌하지만, 1억 도를 만드는 과정과 핵과 전자로 분리된 초고온·초고속 물질인 ‘플라스마’를 통제하는 과정이 워낙 어려워 최소 30여 년 뒤에야 현실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너무 먼 꿈에 돈을 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스티븐 콜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스마물리연구소(PPPL) 소장은 “핵융합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작은 규모에서 실제로 실험에 성공했고 이제 규모를 키워 시도하고 있다. 우리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의 핵융합 프로젝트인 유로퓨전의 토니 도네 프로그램 매니저(연구책임자)는 “1980년대부터 논의되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건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지금에야 이뤄지고 있는 게 실현이 늦다고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라며 “이제 ITER는 60% 건설됐고 2035년 정도에는 핵융합으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지 판가름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곧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라는 또 다른 선택지로 가고 있는데 또 하나의 초대형 발전 시설을 새롭게 연구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재생에너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핵융합을 통해 상호 보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네 매니저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독일도 기저 전력을 위한 백업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대용량 발전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핵융합은 온실가스 배출이나 미세먼지 배출 등에서 재생에너지보다 떨어지지 않아 후보로 중요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마다 유타카 일본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나카 핵융합연구소 부소장은 “핵융합은 연료인 중수소(일반 수소보다 질량이 두 배 큰 수소)를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고, 삼중수소(질량이 세 배인 수소)의 원료 리튬은 배터리에 쓰일 만큼 풍부하다”며 “에너지 자립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핵융합 주요 연구국들은 대형 실험로인 ITER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경수 ITER 국제기구 사무차장은 “ITER는 2025년경 첫 플라스마를 본 뒤 성능을 올리며 운영해 2038년까지 투입 에너지 대비 산출 에너지가 10배가 됨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데모(DEMO)’라는 다음 단계의 시범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데모 건설 이후에는 수익성을 높여 상용 발전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사무차장은 “한국도 KSTAR를 만들었던 주역 등 주요 연구자 34명이 ITER에 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ITER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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