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후×네바다51 ‘폭풍과 비’ : 그 몽환과 애달픔
양형모 기자
입력 2019-08-18 17:53 수정 2019-08-18 18:44
“검은빛 나는 이 섬엔 / 검게 빛나는 구름들 / 검푸른 하늘 까마득히 / 더러운 물처럼 깊어.”
록 밴드 뷰렛의 리더이자 솔로가수, 뮤지컬배우인 문정후(문혜원)의 2019년 두 번째 싱글은 ‘폭풍과 비’이다.
싱어송라이터 루빈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흥미로운 협업을 보여주고 있는 문정후의 두 번째 파트너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네바다51의 주붐(JooBooM). 네바다51은 최고은, 퍼플제이와 같은 개성 있는 보컬들이 참여한 ‘태양계 프로젝트’를 통해 총 11개 트랙의 일렉트로닉 팝 넘버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팀이다.
주붐은 문정후가 작사·작곡한 ‘폭풍과 비’의 사운드 디자인을 맡아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문정후가 그려내는 이미지를 풍성하게 감싸고 있다.
‘폭풍과 비’는 문정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상의(음울하기까지 한) 공간,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곡이다. 노래하는 이의 심리적 공간을 폭풍이 몰아치고 비가 쏟아지는, 어둠마저 신비한 섬으로 옮겨놓았다. 주붐의 미니멀하면서 절제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어두운 섬과 비바람으로 치환된 문정후의 슬픔과 감성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록 밴드 뷰렛의 보컬리스트로서의 문혜원과 솔리스트로서의 문정후는 종종 차별된 창법과 음색을 들려주고 있는데 이번 ‘폭풍과 비’에서도 여실히 그렇다. 단단하고 날카롭던 외날 검이 ‘폭풍과 비’에서는 낭창낭창한 연검으로 벼려졌다. 축축하고, 애달퍼졌다. 그렇다고 겁 없이 손을 댔다간 여지없이 손바닥에 피를 볼 것이다.
“슬픈 비 / 슬픈 비 / 슬픈 비 / 또 내려”라는 반복구가 비가 떨어지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든다. 문정후의 슬픔이 빗줄기들이 때린 어두운 바다 수면 위처럼 쉴 새 없이 솟구친다.
마지막은 ‘슬픈 비’ 후렴구를 영어로 옮겼다. ‘슬픈 비’를 ‘It will be’로 영역해 ‘비’와 ‘Be’의 라임을 맞춘 것도 귀에 탁 걸린다. 멋진 곡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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