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합정, 개성있는 한남, 럭셔리 청담

강승현기자 , 송충현기자

입력 2018-06-23 03:00 수정 2018-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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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BAR 어디까지 가봤니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마이너스’바의 모습. 광부를 뜻하는 ‘마이너스’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광산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한남동 일대는 개성이 뚜렷한 바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평소 즐겨 마시는 칵테일이라곤 ‘소맥(소주+맥주)’이 전부였던 두 남자 기자에게 ‘바(Bar) 탐방’은 사실 취재라기보다 도전에 가까웠다. 2010년 10개 남짓이던 전국의 위스키·칵테일 전문 바가 지난해 기준 260여 개로 크게 늘었다는 말에 도대체 바의 무엇이 사람들을 끄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가 퍼지면서 10년 새 바텐더가 상주하는 전문 바가 급증했다고 했다. 한 잔을 마셔도 좋은 분위기에서 맛있는 술을 마시겠다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반바지에 슬리퍼는 피하라’는 기본 에티켓만 지킨 채 며칠에 걸쳐 바 탐방에 나섰다. ‘핫(hot)’하다는 서울 3개 지역의 바를 고르는 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 편안하고 안락한 합정·상수, 트렌디한 홍대

손을 위로 뻗는 모양의 소품을 활용해 ‘보는 즐거움’을 살린 피스코 베이스의 크래프트 칵테일 ‘부처핸즈업’.
초짜들의 바 입문기는 합정·홍익대 인근에서 시작됐다. 서울 바의 분포도는 크게 마포구 합정·홍대권역, 용산구 한남·이태원권역, 강남구 청담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동네 곳곳에 아지트처럼 숨겨진 바들이 수두룩하지만 편의상 여러 개의 바가 밀집한 지역을 골랐다.

가장 먼저 찾은 합정·홍대 인근의 바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곳이 많았다. 특히 합정 주변의 ‘디스틸’이나 ‘페더’ 같은 술집은 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부합했다. 음악을 안주 삼아 지인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기 좋은 곳들이었다.

홍대 쪽으로 갔더니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문을 연 ‘사이드노트클럽’은 반지하나 1, 2층에 자리 잡은 주변 바와 달리 고급 호텔 15층에 있다. 루프톱 콘셉트의 이 술집은 합정·상수지역 바에 비해 실내가 넓고 테이블 좌석이 많은 편이다. 조명이나 음악도 클래식하기보다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했다. 바를 처음 찾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복장도 깐깐하게 제한하지 않았다. 마포구 연남동 ‘올드패션드’ 바는 배달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을 만큼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합정·홍대 주변은 칵테일 한 잔에 1만5000원에서 2만 원 남짓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 마니아 느낌의 한남, 럭셔리한 청담

한남·이태원 일대는 마니아 느낌의 개성이 강한 술집이 많았다. 주로 한남동에 모여 있는데, 인테리어부터 칵테일의 종류까지 저마다 특징이 있었다. 광부를 뜻하는 ‘마이너스’라는 이름의 바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마치 광산에 들어가는 느낌을 줬다.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칵테일을 내줄 때에도 보물 상자, 해골 모양의 케이스 등 소품을 활용해 보는 즐거움을 줬다.

한남동 일대는 특이한 규칙을 가진 바가 많다. 간판이 없고 홍보도 하지 않지만 알음알음으로 고객을 끄는 스피크이지바의 시초격인 ‘몰타르’는 실내 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면 서비스 음식을 주는 요즘 추세와는 완전 딴판이다. ‘더부즈’는 30세 이하, 5명 이상 단체는 출입을 금지한다. SNS에 술집 주소를 올리는 것도 안 된다.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이런 식의 마케팅을 통해 ‘우린 마니아만 받는 매우 특별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만큼 한남동 바 거리는 위스키나 칵테일에 조예가 깊은 손님이 많다. 마이너스 이성훈 대표는 “한남동은 다른 곳에 비해 술을 잘 아는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손님들이 전문적인 만큼 바텐더들도 좀 더 창의적인 칵테일과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생초짜 티를 조금 벗었을 무렵 마지막 탐방지인 청담동으로 향했다. 조니워커하우스 건너편 골목으로 늘어선 술집들은 밖에서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청담동 일대 바들은 앞서 들른 바보다는 좀 더 격식 있는 분위기였다. 책장 모양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 ‘르챔버’의 직원들은 정장 스타일의 유니폼을 차려입고 손님을 맞았다. 매장 한쪽에선 한 여성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반 층 위로 올라가면 바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회원 전용 좌석도 있었다. 럭셔리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곳답게 이 지역 바들은 칵테일 한 잔 가격이 3만 원 가까이 된다. 칵테일 베이스를 어떤 걸로 쓰느냐에 따라 한 잔에 20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 내 입맛에 맞는 바와 칵테일을 찾아라

벼락치기 탐방치고는 꽤 만족스러웠다. 소맥 마니아인 두 기자는 며칠 새 좋아하는 스타일의 바와 칵테일이 생겼다.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바텐더와 시시콜콜 수다를 떤 덕분이었다. 대학 시절 서너 번 마셨던 ‘칼루아밀크’와 ‘블랙러시안’이 칵테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두 기자는 이제 메뉴판을 보는 대신 입맛에 맞는 칵테일을 찾기 위해 바텐더와 ‘스무고개’를 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바와 칵테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환 ‘사이드노트클럽’ 바텐더는 “바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바텐더도 스타일이 각양각색”이라면서 “처음에는 다양한 바와 칵테일을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르챔버 임재진 대표는 “정형화된 레시피의 칵테일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바텐더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의 칵테일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바텐더와 함께 세상에 없는 나만의 칵테일을 발견하는 것도 바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라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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