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첫 PPL 뮤지컬…상품도, 감동도 ‘완판’

양형모 기자

입력 2018-04-20 05:45 수정 2018-04-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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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완판은 20년 경력의 ‘노점상 달인’ 노마진과 백수청년이 우승상금 5억원이 걸린 전 국민 쇼호스트 오디션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독특한 작품이다. 사진은 쇼호스트들이 소주 제품을 판매하는 장면. 가운데 출연자가 만취해 방송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사진제공|주다컬쳐

■ 뮤지컬 ‘완판’

홈쇼핑과 노점상 두 이야기
김재만·류수화 편안한 호흡
건강한 웃음&감동 환상조합


‘완판’이란 말 아시죠. 완전히 다 팔렸음. 국어사전은 가급적 ‘매진’으로 쓰라 하지만 ‘매진’과 ‘완판’은 ‘자장면’과 ‘짜장면’처럼 다르게 들립니다.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2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완판’은 홈쇼핑 방송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능력있는 쇼호스트는 줄어들고, 시청률은 떨어지고, 완판은커녕 목표판매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지자 홈쇼핑 방송국은 대국민 쇼호스트 오디션을 열기로 합니다. 우승상금 5억원에 부상으로 수입자동차 한대. 스타 쇼호스트가 될 수 있도록 1년간 방송출연보장. 괜찮은 쇼호스트도 구하고 시청률도 높여보자는 PD의 기획에 까칠한 본부장도 “한번 해보자”며 팔을 걷어붙입니다.

뮤지컬 ‘완판’은 두 개의 스토리가 평행선을 이루며 진행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홈쇼핑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함께 길거리에서 세정제와 유제품을 파는 중년 남녀와 자녀들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A가 밝고 유쾌하고 개그코드를 곳곳에 심어놓은 반면 B는 어둡고 암울하고 구질구질합니다.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완판’은 두 개의 이야기를 영리하게 교차진행시켜 나갑니다. 평행선은 극의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한 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세정제를 파는, 20년 길거리 장사의 달인 노마진(김재만 분)과 유제품 장수 조길연(류수화 분)의 백수아들 이대일(최훈호 분)이 쇼호스트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의기투합하면서부터입니다.

뮤지컬 ‘완판’에 등장한 ‘물에빠진벽지’. 사진제공|주다컬쳐

‘완판’에는 다양한 판매상품들이 등장합니다. 노마진이 파는 세정제 ‘은나노스텝’, 조길연의 ‘파스퇴르’, 홈쇼핑과 오디션에 등장하는 ‘강경젓갈’, ‘물에빠진벽지’, ‘편백베개’ 등이죠. 그런데 이 모든 상품들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진짜 상품’들입니다. 자연스럽게 PPL 홍보가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들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들의 이름을 이 작품의 프로그램북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완판’은 국내 최초의 PPL 뮤지컬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노마진 역의 김재만은 ‘완판’을 통해 처음으로 안무감독으로도 데뷔했습니다. ‘노마진’ 김재만과 ‘조길연’ 류수화의 호흡은 농익을 대로 농익어 초록바탕의 하얀 글씨처럼 관객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연출 임창빈, 음악감독 전재호도 베테랑다운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뮤지컬 ‘완판’ 출연진. 사진제공|주다컬쳐

홈쇼핑H의 유능한 PD이자 MC역을 맡은 이승원은 ‘완판’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합니다. 작품에 윤활유를 분사하는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요. 반면 연결고리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지 않도록 단단히 죄는 일도 이승원의 몫이었습니다.

건강한 웃음과 빛나는 감동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뮤지컬. 상품도 작품도 모두 ‘완판’이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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