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규제 풀자 사라지는 종이 고지서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8-22 03:00 수정 2019-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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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지정 반년만에 공공기관 ‘모바일 고지’ 급속 확산
비용 아끼고 도달률 2배라 효율적… 연금공단 우편발송비 11억 절감


KT 직원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송된 다양한 모바일 고지서를 선보이고 있다. KT 제공
공공기관의 종이 고지서가 모바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휴대전화로 각종 공공기관 고지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고지 서비스’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지정된 지 6개월 만에 나타난 변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갖췄지만 국민 개개인에게 전달하는 고지서만큼은 종이문서를 고집했던 관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와 카카오페이가 신청한 공공기관 모바일 고지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 임시 허가 대상으로 결정했다. 기존에도 휴대전화로 주요 정보를 안내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개별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해 실제 활용 사례는 매우 적었다. 규제 샌드박스로 개별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ICT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2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총 904만 건의 연금공단 고지서 중 절반 이상(55%)인 496만 건이 우편이 아닌 휴대전화 문자로 전달됐다. 지난해 72만 건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7배 가까이로 늘었다. 발송 비용도 약 11억3000만 원 줄었다. 공단 관계자는 “종이 비용과 우편 비용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가입자에게 실제로 고지서가 전달되는 도달률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ICT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고지서의 도달률은 80% 안팎으로 기존 우편통지의 2배에 이른다. 외교부의 ‘여권 유효기간 만료 전 사전알림 서비스’는 이런 높은 도달률 덕분에 최근 3개월 긴급단수여권 발급 건수를 지난해 대비 60% 줄였다.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하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은 상당수 국가의 입국이 거부될 수 있어 출국하기 전에 갱신해야 한다. 이를 놓친 사람들이 일회용 긴급단수여권을 발급받았는데 사전고지를 통해 미리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세무 관련 안내에 모바일 고지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지방세 환급률을 5%에서 올 들어 30%까지 높였다.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한양도성 녹색교통지역’에는 등급제한 차량이 진입하는 즉시 위반 사실이 고지된다. 또 병무청 입영통지서, 경찰청의 교통범칙금,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정기검사 안내 고지까지 휴대전화로 발송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창근 KT 공공고객본부장은 “모바일 고지 전체 건수는 작년까지 월 10만 건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월 200만 건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체 공공기관 우편물의 10%, 2022년까지 74%가 모바일 고지서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계류 중인 전자문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지서 외에도 공공 분야와 금융권에서 종이문서 사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정부가 발의한 전자문서법 개정안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의 전자문서 사용 규정을 네거티브 방식(금지 조항만 제외하고 모두 허용)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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