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그대 품안에’ 배경 AK플라자 구로본점, 2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뉴스1

입력 2019-08-20 09:45:00 수정 2019-08-20 09: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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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백화점 재벌 2세와 백화점 매장 판매사원(신애라 분)의 사랑 이야기로 국민 드라마에 등극했다. 줄거리가 이렇다 보니 배경이 된 백화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배경이 된 백화점은 ‘애경백화점’, 오늘의 AK플라자 구로본점이다. 1993년 문을 연 AK플라자 구로본점은 한국의 경제가 가장 호황일 1990년대 초 드라마를 통해 화려함을 뽐냈다. 그랬던 AK플라자 구로본점이 이달 31일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역주민의 사랑방…“꼭 부활했으면”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AK플라자 구로본점은 평일 낮이었지만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층의 여성들이었고 특히 1층과 3층 여성정장 매장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눴다.

여성정장 매장은 최근 각 유통업체들이 내세우는 ‘지역 커뮤니티형 매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매장 매니저와 단골 손님이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담소를 나눴고 또 매니저는 손님에게 의상을 추천했다.

지역 주민 김숙현씨(67·가명)는 폐점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애경백화점 시절부터 20년 넘게 AK플라자 구로본점을 다녔다는 그는 “주부들은 가까이 매장이 있는게 최고인데 이 백화점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많이 줬다”며 “AK플라자 구로본점이 꼭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쉽기는 매장 매니저 이수연씨(46·가명)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10년 정도 일했다는 그는 “오래 다니고 편했는데 서운하다”면서도 “유통 매니저들은 원래 다 돌고 도는거라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매장으로 옮겨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의 1호 백화점, 폐점 이유는 ‘매출 부진’

AK플라자 구로본점은 개점 당시 백화점으로는 흔하지 않게 쇼핑시설 뿐만 아니라 수영장, 볼링장 등 스포츠센터를 함께 운영해 인기를 끌었다. 또 개점 당시로서는 서울 서남권 지역의 유일한 백화점이기도 했다.

애경그룹으로서도 상징적인 백화점이었다.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으로 시작한 애경그룹이 공장 부지에 백화점을 지으면서 처음으로 유통업에 진출한 출발점이 바로 이곳이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이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보다 매출 부진이다. 처음 AK플라자 구로본점이 생긴 26년전과 달리 구로, 영등포, 목동, 여의도 일대에 백화점과 몰이 여럿 들어섰다. 영등포에는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타임스퀘어가, 목동과 구로에는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는 IFC몰이 생겨났다.

전반적인 내수 침체 및 유통업 부진 속에 백화점의 주요 먹거리인 명품(럭셔리) 브랜드가 없었던 점도 AK플라자 구로본점의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AK플라자 구로본점 인근에서 만난 지역 주민 최지혜씨(33·가명)는 “AK플라자 구로본점이 딱히 섭섭하거나 와닿지는 않는다”라며 “백화점을 가고 싶을 땐 롯데나 신세계, 영화나 카페는 타임스퀘어를 찾는다”고 말했다.

애경도 구로본점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폐점만은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 점포를 정리하기로 하고 홍대로 본사를 옮겼다.

AK플라자 구로본점 등을 운영하는 AKIS(구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는 2016~2017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2016년에는 특히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AK플라자는 2009년 구로본점 건물을 리츠 ‘유엠씨펨코리테일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했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이 폐점하고 난 뒤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K플라자는 백화점보다 더 좁은 지역에 특화한 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형 매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AK& 홍대점을 시작으로 기흥점, 세종점을 열었으며 오는 2022년 안산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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