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무기는 ‘인간 뇌 닮은 AI칩’

허동준 기자

입력 2019-06-19 03:00 수정 2019-06-1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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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신경망처리장치 NPU에 역량 집중”

이제는 ‘○○, ∼ 해줘’처럼 짧고 정제된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친구에게 말하듯 편히 이야기해도 알아듣고 각종 업무를 사람처럼 수행하는 ‘인공지능(AI) 비서’가 3∼5년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단해 보여도 AI 비서의 이 같은 업무수행은 1초에 약 10조 번 이상의 연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인간의 뇌를 닮은 차세대 반도체’라고 불리는 NPU는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처리하는 기능을 가져 일명 ‘AI칩’이라고도 불린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 목표를 내건 삼성전자가 차세대 NPU 기술 강화를 위해 나섰다. 삼성전자는 NPU 관련 인력을 현재 200명에서 10년 내에 2000명으로 확대하는 등 NPU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인간의 복잡한 신경망처럼 여러 가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병렬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데, NPU는 병렬 연산을 효율적이고도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 AI 구현을 위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이미 삼성전자는 독자 NPU를 탑재한 ‘엑시노스 9(9820)’을 지난해 선보였다. 시스템LSI사업부와 종합기술원에서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결과다. 이 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시스템 반도체인 ‘시스템온칩(SoC)’ 기반이다. 기존에 클라우드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수행하던 AI 연산 작업을 모바일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온 디바이스 AI’를 구현했다.

온 디바이스 AI는 데이터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아 응답 속도도 빠르고, 네트워크가 없는 환경에서도 저전력·저비용으로 구동할 수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결합해 클라우드와 주변 AI 기기들을 상호 연결하면 새로운 추론과 학습의 영역이 펼쳐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장덕현 시스템LSI사업부 SoC개발실장(부사장)은 “향후 거의 모든 IT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능이 내장되는 추세로 NPU의 응용이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서 연평균 52%의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전장,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 등 IT 전 분야로 NPU 탑재를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모바일용 플래그십 SoC 제품을 시작으로 자율주행차에 담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차량용 SoC 제품 개발에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NPU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사람 두뇌 수준의 정보처리와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뉴로모픽’ 프로세서 기술을 구현해 내는 것이 목표다.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NPU 설명회’에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황성우 부원장(부사장), 강인엽 시스템LS사업부장(사장), 장덕현 시스템 LSI사업부 SoC개발실장(부사장·왼쪽부터)이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글로벌 연구기관 및 국내 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5월 ‘종합기술원 몬트리올 AI랩’을 딥러닝 전문 연구기관인 캐나다 밀라연구소로 확장 이전했다.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주축으로 몬트리올대, 맥길대 연구진 등과 협업 중이다. 또 국내 주요 대학의 연구진 150여 명이 참여한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도 가동 중에 있다.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NPU 사업 강화를 통해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며 “향후 차별화된 기술과 글로벌 기관들과의 협력, 핵심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한 차원 더 진화된 혁신적인 프로세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전략적으로 스타트업 인수도 가능하고 필요하면 대형 인수합병(M&A)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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