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 찾아온 미국 길고양이

노트펫

입력 2019-06-13 11:07:07 수정 2019-06-13 11: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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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작년 봄,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살던 집은 한국에서는 땅콩집으로 알려진 듀플렉스(duplex)였다. 듀플렉스는 미국에서 주로 서민용 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듀플렉스를 포함한 미국 주택 주변에는 울타리가 있다. 울타리는 거주자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낯선 동물들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듀플렉스의 울타리도 그런 용도로 만들어 진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울타리가 너무 낡아서 곳곳에 구멍이 있었다는 것이다.

울타리에 난 구멍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기 흉한 흉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동물들에게 구멍은 좋은 통로가 되어준다. 누가, 어떻게 사물을 보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이렇게 달라지는 법이다.

구멍을 자주 애용하는 동물 중에는 옆집 개도 있었다. 그 개는 자유분방했다. 그래서 이웃의 뒷마당도 자기 땅이라 생각하고, 자주 용변을 보았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몇 차례 저지했더니, 그 개는 더 이상 뒷마당에 출입하지 않았다.

사건이 있었던 그날은 하루 종일 햇볕이 잘 들었다. 그런 날은 뒷마당에 마련한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두어 건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뒷마당의 빨래를 걷기 위해 나왔다가 이웃집 개가 애용했던 울타리 구멍에 전에 보지 못했던 동물 한 마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예쁜 고양이였다. 턱 밑에 풍성하게 난 털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 고양이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경계심이 없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고양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현지인을 만났다. 그래서 그 전날 저녁에 만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털이 긴 고양이를 보더니 “사진이 흐릿하여 확실하지 않지만, 노리즌파리스캣 같다.”고 했다.

‘노리즌파리스 캣’이라는 말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천천히 “놀위전 파리스트 캣”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노르웨이 숲고양이(Norwegian Forest Cat)로 알려진 품종이다. 그러면서 “이 고양이는 순종(pure breed)이 아닐 수도 있다.”고 부연해주었다.

사실 그 고양이의 품종에는 애당초 아무 관심이 없었다. 궁금한 점은 주인이 있느냐, 아니면 없느냐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주었다. 고양이의 목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주인이 있는 고양이는 대개 목걸이를 한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그런 것이 없다. 그런 점을 보면 처음부터 주인이 없는 고양이일 가능성이 높다.”며 설명을 마쳤다.

그 외에도 그 고양이에 대해 참고할 만한 사항이 있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들은 외출을 했다가도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는 경향이 있다. 저녁 식사를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키웠던 나비도 그랬다. 나비는 오후 5시만 되면 나비는 반드시 귀가하여 주인이 해주는 밥을 먹었다. 그리고 느긋하게 저녁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그날 털이 긴 고양이를 본 시간은 5시30분 정도였다. 이 점도 그 고양이가 길고양이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귀국하기 전까지 털이 긴 고양이를 뒷마당에서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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