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산업-노동생산성’ 2大 과제 못풀면 성장률 1%대 추락

세종=김준일 기자

입력 2019-05-23 03:00:00 수정 2019-05-23 17: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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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저성장 늪에 빠지나]KDI 올 성장률 전망 2.4%로 하향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는 건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던 한국 경제의 창백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데도 반도체 이후를 대비하는 산업 정책과 혁신적인 규제 개혁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면 성장이 더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보다는 노동생산성을 높여 경제의 역동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반도체 경기 회복만 기다리는 ‘천수답 경제’


KDI가 22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춰 잡은 것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2%였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6%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의 핵심 축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각각 0.6%포인트와 3.2%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KDI는 예상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수요가 줄고 단가가 하락하자 한국의 수출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수출 감소세가 6개월 가까이 이어지지만 차세대 산업에서 치고 올라올 기미도 없다.

반도체 수출 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서자 국내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제조업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들여 민간 소비를 떠받치려 하지만 결국 반도체 수출 감소에서 시작된 투자 감소, 소비 둔화, 성장 부진의 악순환 고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 이제는 3% 성장도 ‘이례적’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추세적으로 저성장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2017년 3.1%, 2018년 2.7% 성장한 것도 실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기업 주도의 정상적인 성장이라기보다는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부동산 시장 부양책의 여파와 예상치 않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에 힘입은 ‘깜짝 성장’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지만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 개혁에선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산업으로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지능형 로봇, 바이오 등을 선정해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 “생산성 부진 심해지면 성장률 더 낮아질 것”


KDI는 2분기 성장률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조짐이 보일 경우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 부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단기 부양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경제의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국 경제의 성장 기조를 바꿀 수 있다. KDI는 올해 성장 전망치를 추가로 떨어뜨릴 만한 요소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정책을 꼽았다. 생산성 부진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면 성장률이 0.1∼0.2%포인트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및 정책의 변화에도 만약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2010년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면 202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채 근로시간만 줄일 경우 중소상공인들의 투자 활동과 민간 소비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생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OECD에서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노동생산성 향상을 수반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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