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증가속도 빠른데… 재정확대 드라이브 논란
세종=송충현 기자 , 세종=김준일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19-05-20 03:00 수정 2019-05-20 03:00
[커버스토리]靑-기재부, 재정전략회의서 온도차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으로 유지하겠습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40%’의 근거가 무엇인가요?”(문재인 대통령)
이달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문 대통령, 홍 부총리, 더불어민주당 참석자들이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청와대, 재정 당국, 여당 관계자들이 날 선 공방을 벌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일자리 지원을 위해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뤄도 나랏빚을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가 쓸 돈은 많은데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이날 회의에서 제기됐다.
○ 靑 “국가재정 매우 건전… 적극적 역할 해야”
국가재정전략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16일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한 1세션에서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는 ―3% 수준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재정 당국이 생각하는 적절한 부채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은 데 대해 이렇게 답한 것이다.
홍 부총리의 설명에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예로 들며 “다른 나라와 달리 왜 40%대인지 근거가 뭔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OECD 국가의 평균 일반 정부 부채비율은 약 111%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투입하는 재정은 ‘지출’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해 왔다.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단기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겠지만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므로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재정의 역할을 늘려 양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돈을 많이 쓰기 힘들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문 대통령이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빚 늘어나는 속도 빨라 외국과 단순 비교는 무리
세계 경제 침체로 한국 경제는 세수 부족을 우려해야 하는 데다 고령화로 복지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0%인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2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악화로 세금이 덜 걷히는 만큼 세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세부담률을 높여 재정의 총알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책 당국자는 “당장 올해 조세부담률을 올리라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재정전략회의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질책하거나 마찰을 빚는 듯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도 확장 재정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부를 질책한다거나 정부와 청와대가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서로 팩트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정 확대에 목마른 청와대와 국가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기재부 사이에는 적절한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볼지 본질적으로 시각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재정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덴 동의하면서도 2022년까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초반 선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재부가 추산하는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9.5%, 2022년 41.8%다. 정부가 우려하는 건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00∼2017년 OECD 국가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에 이어 4번째로 높은 11.5%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건전성을 관리할 때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목표 없이 재정에 의존하는 정책으로는 미래 세대의 부담만 키운다고 지적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궁극적으로 경기 부진을 풀 수 있도록 민간부문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 / 박효목 기자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으로 유지하겠습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40%’의 근거가 무엇인가요?”(문재인 대통령)
이달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문 대통령, 홍 부총리, 더불어민주당 참석자들이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청와대, 재정 당국, 여당 관계자들이 날 선 공방을 벌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일자리 지원을 위해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뤄도 나랏빚을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가 쓸 돈은 많은데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이날 회의에서 제기됐다.
○ 靑 “국가재정 매우 건전… 적극적 역할 해야”
국가재정전략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16일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한 1세션에서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는 ―3% 수준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재정 당국이 생각하는 적절한 부채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은 데 대해 이렇게 답한 것이다.
홍 부총리의 설명에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예로 들며 “다른 나라와 달리 왜 40%대인지 근거가 뭔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OECD 국가의 평균 일반 정부 부채비율은 약 111%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투입하는 재정은 ‘지출’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해 왔다.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단기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겠지만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므로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재정의 역할을 늘려 양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돈을 많이 쓰기 힘들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문 대통령이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빚 늘어나는 속도 빨라 외국과 단순 비교는 무리
세계 경제 침체로 한국 경제는 세수 부족을 우려해야 하는 데다 고령화로 복지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0%인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2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악화로 세금이 덜 걷히는 만큼 세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세부담률을 높여 재정의 총알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책 당국자는 “당장 올해 조세부담률을 올리라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재정전략회의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질책하거나 마찰을 빚는 듯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도 확장 재정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부를 질책한다거나 정부와 청와대가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서로 팩트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정 확대에 목마른 청와대와 국가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기재부 사이에는 적절한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볼지 본질적으로 시각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재정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덴 동의하면서도 2022년까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초반 선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재부가 추산하는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9.5%, 2022년 41.8%다. 정부가 우려하는 건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00∼2017년 OECD 국가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에 이어 4번째로 높은 11.5%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건전성을 관리할 때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목표 없이 재정에 의존하는 정책으로는 미래 세대의 부담만 키운다고 지적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궁극적으로 경기 부진을 풀 수 있도록 민간부문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 / 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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