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車업계, 전기차 배터리 직접 생산… 한국 기업 등 견제 나서

황태호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19-03-25 03:00 수정 2019-03-2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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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의 최대 고객사로 꼽히는 독일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전기차 원가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에 무작정 맡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는 장기적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폭스바겐은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과 제조를 위해 스웨덴 신흥기업인 노스볼트와 ‘유럽배터리연합(EBU)’ 컨소시엄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EBU는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를 위한 R&D에 착수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독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고 배터리 직접 생산에도 빠르게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10년 내 70여 종, 2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부상 중이다.

이를 두고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의 엔진 격인 배터리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완성차 업체의 움직임이 가시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자국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총 10억 유로(약 1조279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BMW 등 다른 완성차 업체, 화학기업 바스프 등 30개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미국 IBM과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 신소재 연구에 나섰다.

프랑스 정부도 독일처럼 자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5년간 7억5000만 유로(약 9620억 원)를 지원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주권과 독립 측면에서 유럽이 비유럽계 국가들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100%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럽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대형 투자를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부정적인 흐름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유럽 지역에 지난해까지 약 1조6000억 원을 설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초 총 2조1560억 원의 추가 투자계획을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공급 계약을 맺는 등 LG화학, 삼성SDI를 포함한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 3사의 핵심 고객사이기도 하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간에 생산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재도 내수 시장에 치중하던 중국 CATL이 독일 생산공장 확대 계획을 내놓는 등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면 한국 업체로선 그만큼 수주 규모가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4일 발간한 ‘EU 자동차 시장의 중장기 발전 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 정보통신기술(ICT) 등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의 성장 동력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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