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막 내리는 맨큐의 경제학 강의

정미경 기자

입력 2019-03-22 03:00 수정 2019-03-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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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大서 이번 학기로 종료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블룸버그 ‘조의 사설’ 실어, 일각 “하버드 진보 분위기와 충돌”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불확실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블룸버그뉴스는 최근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61·경제학·사진)의 거취를 두고 ‘조의(弔意) 사설’을 게재했다. 12일에 게재됐던 이 사설은 마치 맨큐 교수가 큰 변을 당한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사실 그는 14년간 진행해온 수업 ‘경제학 원론(Ec 10)’을 그만둔다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맨큐 교수의 수업은 유명하다.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Ec 10은 고유명사로 통한다. 맨큐 교수를 말하고, 최고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경제·경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큐’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맨큐의 경제학’ ‘만화로 보는 맨큐 경제학 문제풀이’ 등 29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을 정도다.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최근 ‘맨큐 교수가 자신의 플래그십(주력 상품) 수업을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을 몰고 다니는 그가 e메일로 ‘이번 학기(5월 말 종료되는 봄 학기)가 Ec 10 수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5년 Ec 10 수업을 시작한 맨큐 교수는 최근 6년 연속 수강생 동원 1위를 지켜왔다. 1년(2개 학기) 단위로 구성된 장기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학기마다 500명 이상 참여했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상황을 가정해 경제학을 풀어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Ec 10은 전반 학기에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후반 학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부개입론 위주로 진행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윈회 위원장(2003∼2005년)을 지낸 경력 덕분에 생생한 정책 얘기도 들을 수 있다.

맨큐 교수는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교육자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분위기와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적 사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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