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4차 산업혁명 시대, 팀장으로 산다는 것은…

이미영기자 , 이경민 이머징인터벤션즈 리더십 대표

입력 2019-02-20 03:00 수정 2019-02-2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차라리 팀원일 때가 더 나은 것 같다”

팀장이나 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 중간관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심심치 않게 듣는 소리다. 실제로 직무스트레스를 조사해 보면 중간관리자들의 스트레스지수가 다른 직원들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추락한 팀장의 위상에 실망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괴로워한다.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를 내면으로 받아 번아웃(정신적 소진)이나 우울감 등을 경험하기도 하고 분노를 외부로 표출해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관관리자들의 역할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위해선 팀원 간, 부서 간 원활한 협업과 소통이 필수인데, 이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게 중간관리자이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배가시키는 일 역시 중간관리자에게 달려 있다. 중간관리자들이 제 기능, 즉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돕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신 이경민 이머징인터벤션즈 리더십 대표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66호에서 오늘날 조직 내 중간관리자들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 내용을 간추린다.


○ ‘나나랜드’ 속 혼란스러운 중간관리자

중간관리자들이 조직 내에서 힘들어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중간관리자들은 위계질서가 강한 상명하복 체계에서 공격적인 피드백을 받는 걸 당연시 여겨왔고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걸 미덕이라 배웠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과거의 방식은 소위 ‘나나랜드(조직보다 ‘나’라는 존재를 중시)’에 사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반발을 가져올 뿐이다. 이들에겐 개인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동기를 부여하며 성장을 지원해 주는 노력이 효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중간관리자들이 이런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생전 경험해 보지도 못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니 당연히 혼란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후배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크다. 현재 중간관리자들이 관리하는 팀원들은 대부분 1980년대에서 19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각종 디지털 기술도 중간관리자들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응용한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나 주니어 연차 후배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솔루션을 내놓으면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만 같아 씁쓸하다”고 털어놓는 중간관리자가 많은 이유다.

승진 같은 보상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중간관리자들을 위태롭게 한다. 이제 더 이상 연공서열로 직급이 올라가는 시대가 아니다. 승진할 수 있는 팀장이나 부장, 임원의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중간관리자가 “분명 선배들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승진은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 전략 수립과 실행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시대

앞으로 중간관리자, 특히 팀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고 복잡해질 것이다. 조직 내 전략을 상부에서 수립하면 이후 실무진에서 실행을 맡아 진행하는 게 과거의 경영 관행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현 상황에선 전략 수립과 실행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많은 조직이 전략 수립과 실행을 팀 단위로 내리고 있는 이유다.

팀에 더 많은 역할이 부여될수록 팀장의 역할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선 팀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전략과 구체적인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팀원들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적임자를 찾아 일을 분배하고, 필요한 외부 자원을 확보해 팀에 연결하는 것도 팀장의 몫이다. 비단 팀 내부의 일만 챙겨서도 안 된다. 다른 조직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이견이 생길 때 이를 매끄럽게 조율하는 일도 맡아야 한다. 이 밖에 팀원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코칭을 제공하고 팀의 상황을 계속해서 점검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가령 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팀장이 신속하게 업무 과정을 살펴 문제점을 파악하고 즉시 이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 말로만 권한 위임 말고 인내심 갖고 신뢰 보여야

중간관리자는 더 이상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족(手足)’ 같은 존재가 아니다. 전략을 개발하고 타 부서와의 관계를 조율하며 직원들을 멘토링하는 등 고차원적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앞으로는 혁신적인 중간관리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인재들을 키워내기 위해 조직은 중간관리자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행동도 바꿔야 한다.

우선 회사는 중간관리자들이 앞으로의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왜 중요한지 인지시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중간관리자들이 새로운 경영환경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와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부의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경영진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실무에 관여하면 중간관리자들은 상부의 눈치를 보느라 업무 의욕이 떨어지기 쉽다. 당연히 이들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도 힘들 것이다. 말로만 권한 위임을 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전적으로 중간관리자들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상부의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민 이머징인터벤션즈 리더십 대표 kmlee3315@gmail.com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