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그물에 대어 몸사려… 제 3인터넷銀 흥행 빨간불

장윤정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19-01-24 03:00 수정 2019-01-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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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설명회 열기 떨어져


“대주주 자격 요건에 보면 ‘지배 주주로서 적합하고, 은행건전성과 금융 산업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다면 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어야 하는 겁니까?”

“한도 초과 보유 주주에 대한 자격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닙니까?”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인터파크, 다우기술, 키움,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5개 기업 및 단체가 참석했다. 네이버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참석하지 않았다. 뉴스1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 참석한 기업 측 인사들이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의 규제 사안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날 설명회에는 인터파크 위메프 다우기술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키움증권 교보생명 등 주요 금융회사들을 비롯해 총 55개 기업 및 단체가 참가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키움증권으로 이미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다양한 금융회사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은 카카오와 KT 등이 첫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2015년에 비해서는 확실히 열기가 떨어진 분위기였다. 네이버 등 대형 ICT 기업들이 이미 불참을 선언했고, 새로운 ‘플레이어’가 깜짝 등장하지도 않았다. ‘토스’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 핀테크 기업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여전히 금융업 진출에 규제의 문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발효되면서 산업자본이라도 ICT 주력 그룹은 예외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카카오와 KT는 각각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에 올라설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이게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대주주 심사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ICT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ICT 기업을 위해 ‘판을 깔아 주겠다’고 하지만 이런 엄격한 주주 관련 요건이 부담스러워 아예 참여를 포기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규제 개혁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2015년 첫 인터넷은행 인가 이후 이번 규제 완화까지 무려 3년여 동안이나 은산분리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하기 위한 동력이 많이 상실됐다”며 “지금은 빅데이터 활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비식별 데이터 등에 관한 규제가 많아 다들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2017년에 영업을 시작한 두 인터넷은행이 여전히 시중은행과의 차별화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도 사업 진출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를 기준으로 케이뱅크는 508억 원, 카카오뱅크는 159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예금, 대출 등으로 고객을 늘리고는 있지만 은행권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혁신적인 서비스는 아직 안 보인다는 평가다. 게다가 인터넷은행을 통하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페이), 간편송금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다. 3년여 전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을 냈다 떨어진 한 업체 관계자는 “3년 전과는 금융산업의 지형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금융업의 매력도가 예전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를 현 정부의 규제 개혁 사례로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애써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통과시켰는데, 정책이 잘 안 되면 뒤늦게 법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받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예비인가 신청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며 “기업들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은행업 인가가 주어질지 모른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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