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 애플 키운 ‘심플 경영’의 힘

이미영 기자

입력 2018-11-14 03:00 수정 2018-11-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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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와 17년… 애플 광고 만든 켄 시걸

켄 시걸은 오길비 등 글로벌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애플의 광고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을 도왔다. 또 저서 ‘미친듯이 심플’, ‘싱크 심플’을 바탕으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켄 시걸 제공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주재하는 회의를 마친 직원들의 표정은 종종 어두웠다. 의욕적으로 새 업무를 보고했다가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고 핀잔을 듣거나 심지어 회의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다. 잡스에게 혼이 난 직원들은 “심플 스틱에 맞았다”는 표현을 썼다.

심플 스틱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만을 만들자’는 잡스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심플 스틱의 기준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나 회의, 신제품 아이디어 등은 가차 없이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직원들이 진짜로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애플은 맥북 컴퓨터, 아이팟 음악 플레이어, 아이튠즈 음악 청취 서비스, 아이폰 스마트폰 등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잡스의 이런 철학을 잘 아는 사람으로 켄 시걸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광고쟁이’다. 오길비 등 여러 광고대행사 소속으로 무려 17년간 잡스와 함께 일한 바 있다. 애플 제품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잡스는 지독하리만큼 단순화를 추구했다. 심플 스틱이라는 경영 원칙이 오늘의 애플을 만든 원동력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그는 잡스 외에도 40여 개 글로벌 기업의 리더를 만나 단순화 전략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싱크 심플’(문학동네)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시걸을 인터뷰했다. DBR 260호(11월 1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단순화는 어디서에서부터 출발하는가.

“사명(社命)에서 시작한다. 기업은 자신의 미션과 브랜드의 본질을 정의하고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사명은 “클릭 한 번이면 된다”이다. 제프 베이조스는 이 세 마디로 고객들이 아마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보여줬다. 클릭으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상품을 검색해 살 수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 사명은 아마존 직원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제품과 서비스 개발, 조직 내 의사소통, 마케팅 등 회사 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결정적 기준이 된다.“


―단순화 전략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조직의 리더가 단순화 전략의 중요성을 확실히 이해한다면 회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줄어 들 수 있다. 예전에 잡스가 주재하는 마케팅 관련 회의에 막 들어갔을 때다. 처음 보는 젊은 직원 한 명이 의자에 앉아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잡스는 그에게 왜 회의에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답을 듣고 그가 회의의 주제와 크게 관련이 없고 특별히 참여할 만한 부분도 없다고 판단했다. 냉정하게 그를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효과적인 회의를 위해선 꼭 필요한 인원만 회의실에 있어야 한다는 게 잡스의 지론이다.

회의 횟수를 줄여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리더가 처음부터 회의에 참석하면서 의제를 같이 논의하면 일반 대기업처럼 단계적으로 승인을 받는 식의 회의 자체가 없어진다. 관료주의적 대기업의 경우 실무자끼리 회의를 해서 결정을 하더라도 다음 팀장급 회의에서 다시 검토를 받고, 그 이후에야 임원 회의실로 올라간다. 한 회의가 다음 회의로 넘어가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좋은 아이디어에 다른 아이디어들이 누더기처럼 보태진다. 더 큰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최종 회의까지 올라가도 윗사람이 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행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소비자의 만족도는 당연히 올라간다. 소수 제품에 집중해 품질과 디자인을 더욱 향상 시키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인앤아웃 버거’는 메뉴를 단순화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더 적은 일을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단 6가지 메뉴에 집중하고 음식의 질과 신선도, 종업원의 서비스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렇듯 단순화는 궁극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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