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기도 싫고’ vs ‘올려받기도 어렵고’…집주인의 딜레마

뉴스1

입력 2018-10-17 10:08 수정 2018-10-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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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부족 탓 급격한 하락은 시기상조
서울 신규분양 부족…분양권 희소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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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가 쏟아지면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대책 이후 고집을 포기한 모양새다. 다만 매물 호가는 직전 실거래가와 비교해 여전히 높아 매도자와 매수자 간극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전용면적 59㎡는 10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앞서 해당면적 호가는 12억원까지 치솟았다. 집주인들이 9·13대책 이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가격대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가격조정이라고 볼 수 없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해당 면적은 9억8000만원·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선 호가보단 낮아졌지만 직전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마포자이3차 전용면적 84㎡ 역시 호가는 떨어졌다. 14억원을 가뿐히 넘었던 가격대는 13억7000원이 최저가다. 이 단지 역시 지난달 실거래가(10억7451만원)와 비교하면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는 두어달전만 해도 말 그대로 호가여서 의미가 없었다”면서도 “지금은 실거래가 가능한 가격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뿐 아니라 강남에서도 조정기는 가시화되고 있다. 압구정 구현대 전용면적 160㎡(9층)는 이달 33억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8월 34억원(4층)·35억8000만원(13층)에 손바뀜된 것과 비교하면 집주인 자신감은 예년보다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전후를 비교하면 호가가 5000만원 낮아진 매물이 몇 개 나왔다”면서도 “매수자들 문의는 조금씩 증가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선 집주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매물부족과 정부 규제가 상충하고 있어서다. 9·13 대책으로 몇몇 투자자 입장에선 세금 부담이 날로 높아질 것이란 불안감과 동시에 매물부족으로 집주인 우위 분위기가 대립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촌그랑자이 전용면적 59㎡ 매물은 1개에 불과하다. 집주인들은 예비 매수자들의 호가 조정 요구에 무뚝뚝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금도 집주인들이 많이 양보해서 매물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매수의사가 있으면 집주인에게 문의는 하겠지만 200만∼300만원 빼기도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일단 분위기는 집주인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집값 주간변동률은 지난 8월 마지막주 0.57% 상승 기점으로 0.54%→0.51%→0.35%→0.19%→0.16%으로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대출은 제한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서 투자 수요가 한 발 물러섰다. 실수요자도 연말에 발표될 3기신도시 공급계획을 기다리고 매수 시점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 집값 마지막 하락 시기는 2017년 1월 둘째주(-0.01%)였다. 조정기를 거듭하면서도 20개월 이상 꾸준하게 상승한 셈이다. 업계 안팎에선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조만간 첫 마이너스 변동률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다만 서울에선 로또청약이 계속되면서 분양권 희소성이 높다. 정부 청약 규제가 높아진 상황에서 덩달아 경쟁률이 치솟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일부에선 서울시의 신규택지 발표를 앞두고 선호도 높은 입지 여부에 따라 매수자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올해까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와 호재가 있는 곳은 상승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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