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부들 만나면… “명품백 샀네” 대신 “명품소파 들여놨네”

손가인기자

입력 2018-10-16 03:00 수정 2018-10-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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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인테리어 제품 인기

올해 7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문을 연 럭셔리 리빙관.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 ‘카시나’, 프랑스 ‘리네로제’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매장에는 말 조각 모양의 대형 램프 등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도 곳곳에 전시해 갤러리 형태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돈을 아끼지 않는 ‘가심비’ 열풍이 인테리어로도 번지고 있다. 그릇 하나가 수십만 원을 호가하고 소파와 침대 등 가구가 수천만 원대인 명품 리빙 제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옷과 가방 등 패션 아이템뿐 아니라 생활공간에서도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유러피안 식기 브랜드 빌레로이앤보흐. 260여 년 동안 독일 황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9월 롯데백화점 전 점포의 수입 리빙 상품군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신장했다. 스웨덴 황실 도자기로 알려진 ‘로스트란드’는 서울 중구 본점 기준 전년 대비 30.9%, 250년 전통의 테이블웨어 ‘웨지우드’는 27.3%, 프랑스 럭셔리 홈패션 브랜드 ‘입델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2.9%, 독일 명품 식기인 ‘빌레로이앤보흐’의 매출은 20.7% 신장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7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무역센터점에 럭셔리 리빙관을 열었다. 대표적인 입점 브랜드는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 ‘카시나’, 프랑스 ‘리네로제’, 네덜란드 프리미엄 디자인 브랜드 ‘모오이’ 등이다. 이들 브랜드의 소파 가격은 평균 4000만∼5000만 원대다. 그럼에도 고가의 가구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럭셔리 리빙관 오픈 이후 무역센터점 가구 매출이 매월 50%씩 신장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미쏘니 특유의 지그재그 패턴을 그대로 옮겨 담은 미쏘니홈 제품. 롯데백화점 제공
명품 인테리어 제품의 인기는 워라밸 확산,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일과 가정 양립 문화가 자리 잡으며 인테리어, 홈퍼니싱 상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한 공간에서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하는 유연한 가족 생활방식의 변화 등에 따라 집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소비자 욕구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 바람이 불면서 비싼 가구와 식기 등 인테리어 소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김용균 갤러리아백화점 컨텐츠2팀 과장은 “침구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이탈리아 침구 브랜드 ‘프레떼’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8%나 신장했다”며 “호텔식 침구를 집에 들이고 싶어 하는 젊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내놓은 소품 브랜드 티파니 홈&액세서리. 롯데백화점 제공
집 안에도 고가의 제품을 들여놓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기존에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을 생산하던 패션 명품 브랜드까지 인테리어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르마니 까사, 구찌 홈, 티파니 홈&액세서리, 미쏘니홈, 베르사체홈 등은 모두 패션에 근원을 두고 있지만 최근 리빙 상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브랜드들이다. 소파와 침대가 3000만∼5000만 원대, 화장대가 2000만 원 이상인 펜디까사는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입점한 후 올해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신장했다.

이승현 롯데백화점 가구 바이어는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넘어 자신이 머무는 공간까지 좋아하는 고급 브랜드로 채우고 싶은 욕망이 생활방식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며 “소비자의 취향과 개성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고가임에도 희소성 있는 명품 가구를 찾는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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