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실적에 가려진 철강위기… 21곳 영업익 27%↓

이은택 기자

입력 2018-08-21 03:00 수정 2018-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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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함땐 영업익 8% 늘지만…
고철값 급등-건설 수요둔화에 보호무역까지 겹쳐 실적 하락
동부제철 등 7곳은 적자전환
전기료 인상-온실가스 규제도 부담… “정부 지원책 없으면 무너질 판”



포스코의 호실적에 가려진 한국 철강기업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팎으로 겹치는 악재에 적자로 돌아선 철강사도 속출하고 있다.

20일 동아일보는 국내 철강사 22곳의 상반기(1∼6월) 실적을 분석했다. 이들의 전체 매출은 33조2065억 원, 영업이익은 2조5555억 원이었다. 수치만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6%, 영업이익은 8.1% 증가해 양호한 실적이다. 특히 매출 기준 1위 포스코는 상반기에 매출 15조4657억 원, 영업이익 1조8380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33.2%나 올랐다.

하지만 포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21곳 실적만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2위 현대제철부터 22위 동일철강까지 총매출은 17조7408억 원, 영업이익은 7175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27.0% 감소했다.

동부제철, 대한제강, 태웅, 영흥철강, 하이스틸, 현진소재, 동일철강 등 7곳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동국제강, 한국철강, 휴스틸, 한국선재 등 4곳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50% 넘게 줄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하락 속도가 이 정도로 계속 유지되면 사실상 망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사 전체 22곳 중 영업이익이 오른 곳은 포스코(33.2%), 현대비앤지스틸(71.9%), 한국특수형강(41.6%), DSR제강(30.8%) 등 4곳에 불과했다.

철강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꼽힌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특히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업체, 즉 제강사들의 실적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제강사는 건설에 쓰이는 철근 등 봉형강류를 주로 생산한다. 이들은 원재료로 고철(철스크랩)을 사다가 녹여 쓰는데 고철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급등했다. 전기고로를 가동하는 데 쓰이는 전극봉도 지난해 6월 이후 5배 가까이 뛰었다.

생산비용이 늘어도 제품가격에는 쉽게 반영을 못 하는 처지다. 최근 제강사와 건설사들 사이에 이뤄진 3분기(7∼9월) 철근가격 협상은 ‘t당 5000원 인하’로 종결됐다.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18년 하반기 건설주택 경기전망에 따르면 건설 공공수주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건설수주도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15.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됐다. 고급 강판이 많이 쓰이는 자동차도 국내에서는 판매 증가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철강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수출로를 막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관련 조치를 단행했고 캐나다, 인도까지 보호무역조치가 퍼지는 모양새다.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올여름 폭염 때문에 가정용 전기료를 내리고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실화되면 전기고로를 가동시키는 철강사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철강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꼽힌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철강사들이 아래서부터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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