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쌓이는 ‘잠금해제’… 티끌 모아 대박났네
신무경기자
입력 2018-08-14 03:00 수정 2018-08-14 03:00
2013년 1월, 스마트폰 잠금화면 서비스 ‘캐시슬라이드’(회사명 NBT)에 가입한 A 씨는 6년에 걸쳐 3350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았다. 2012년 11월 서비스 출시 이래 가장 많은 돈을 모은 이용자다. 또 다른 잠금화면 서비스 ‘허니스크린’(회사명 버즈빌)에 가입(2013년 1월)한 30대 남성 B 씨도 6년간 총 3000만 원을 모았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열어 뉴스, 광고 등 콘텐츠를 보는 대가로 ‘캐시’를 지급하는 잠금화면 서비스가 인기다. 소소한 액수지만 현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대기업들도 잠금화면 서비스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13일 잠금화면 스타트업 NBT, 버즈빌에 따르면 매일같이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열어보는 이용자는 460만 명.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4995만 명)의 9.2%가 잠금화면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잠금화면으로 돈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앱 설치 후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액정화면에 광고가 노출되는데 좌우로 ‘잠금 해제’를 한 뒤 세부 내용을 보면 현금화가 가능한 1∼5캐시를 적립해준다. 물론 이것만으로 수천만 원 모으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앱을 설치하거나, 특정 상품 및 서비스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100∼3000캐시를 받을 수도 있다. 하루 적립 한도는 없다. 캐시슬라이드 이용자들은 현재까지 200억 원을 적립받았다.
이용자에게 광고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각 사용자의 성별, 연령 등 기본 사항과 과거 콘텐츠 소비 이력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뉴스와 생활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광고 효과가 입증되자 기업들도 잠금화면 결합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롯데, CJ, 현대백화점 등 유통·소비재 기업을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사,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들에 잠금화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버즈빌에 따르면 이 회사들이 잠금화면 서비스를 도입한 후 해당 앱의 일간 순이용자 수(DAU)가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잠금화면과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도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히 캐시를 지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에게 또 다른 유인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
KT는 지난달 잠금화면과 휴대전화 보험을 결합한 ‘클립(CLiP) 휴대폰지키미’ 앱을 내놨다. 이 앱을 90일 이상 쓰면 휴대전화 액정 파손에 대한 수리에 한해 건당 최대 1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무료 보험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내놓은 U+ 잠금화면 앱을 이용해 캐시를 적립하면 다음 달 자동으로 통신비 청구할인이 되고,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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