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문송합니다”… 전공 콤플렉스 갈수록 심해져

김수연 기자

입력 2018-06-19 03:00 수정 2018-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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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 예체능 > 사회계열 順
공학계 출신은 전공만족도 높아


인문계열 전공인 대학교 3학년생 A 씨(22)는 지난해부터 컴퓨터과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공부 성향은 문과 쪽이 훨씬 잘 맞았지만 막상 취업을 하려니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이 철 지난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전공에 대한 불안감이 심각한 편이다.

A 씨는 “고교 때 이과 과목을 배우지 않아 기초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취업의 선택지를 넓히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한 취업준비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술혁신에 따른 고용창출이 활발한 분야에선 아직까지도 공학 전공 신입사원 수요가 있지만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공채 규모만 보더라도 이공계열 학생에 비해 문과 전공생들의 선택 폭이 좁은 게 사실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최근 ‘출신 전공에 대해 스트레스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주제 아래 구직 경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총 393명 중 69.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대다수의 응답자(86.9%)는 ‘출신 전공이 구직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출신 전공에 따라 인식 차이는 컸다. 인문계열 전공생 81.6%가 전공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고, 예체능(80.8%)과 사회계열(78.0%)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공학계열 전공생 중 콤플렉스를 느낀다는 응답자는 61.6%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문·사회계열 취업준비생들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A 씨의 사례처럼 공학을 복수전공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장 공학계열로 진로를 바꾸는 게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통계학처럼 문과생도 접근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을 복수전공해 구직시장에서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이미 졸업해 전공을 바꾸기 힘든 경우라도 정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나 사설 학원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도 있다. 특히 코딩과 머신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곳에 수요가 몰리는 편이다. 지방대 졸업 후 6개월간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교육을 받고 중소기업에 입사한 B 씨(27)는 “내용이 어려워 중도 포기자가 많지만, 일단 과정을 마치고 나면 취업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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