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할 땐 자외선차단제 아끼지 마세요

조건희 기자

입력 2018-06-14 03:00 수정 2018-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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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용 제품 내수성 실험했더니
소금물에서 40분 만에 절반 씻겨


일찍 온 무더위에 예년보다 서둘러 개장하는 해수욕장이 늘면서 ‘워터프루프(방수)’ 기능을 앞세운 내수(耐水)성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물놀이용으로 허가받은 자외선차단제도 자주 덧바르지 않으면 실제 해수욕할 땐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허가 기준에 따르면 실험에 수돗물을 쓰도록 돼있는데, 소금물에선 제품이 더 쉽게 씻겨 내려갔다는 얘기다.

영국 소비자단체 ‘위치(Which)?’는 시판 중인 유명 브랜드 자외선차단제 중 ‘물놀이용(water-resistant)’이라고 표시된 제품 2개를 실험한 결과를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실험은 네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험자가 제품을 바른 직후 자외선 차단 지수(SPF)를 측정한 뒤 ①약하게 흐르는 수돗물 ②약하게 흐르는 염소 처리된 물 ③빠르게 흐르는 수돗물 ④약하게 흐르는 소금물에 각각 40분 몸을 담갔다가 다시 SPF를 측정해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영국의 현행 물놀이용 자외선차단제 허가 가이드라인은 ①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①의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A제품의 SPF는 40%, B제품은 21% 감소했다. ②의 방식으로는 A와 B제품의 SPF가 각각 34, 37% 감소했다. 영국 정부는 실험 후에도 SPF가 50% 이상 남아있으면 물놀이용 제품으로 허가해준다. 이 제품들이 현행법상 합격 조건은 달성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파도풀이나 유수풀, 계곡처럼 빠르게 흐르는 물에 몸을 담갔을 때를 상정해 ③의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A와 B제품의 SPF는 각각 14%, 59% 감소했다. 바닷물처럼 염분이 많은 환경을 재현한 ④의 방식으로는 두 제품의 SPF 감소 폭이 각각 34%, 59%로 늘어났다. B제품은 빠르게 흐르는 물이나 바닷물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능을 보였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의 물놀이용 자외선차단제 허가 기준은 영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성 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흐르는 수돗물에 40분 담근 뒤에도 SPF가 절반 이상 유지되면 ‘내수성’으로 인정하고, 80분 담근 뒤에도 같은 수준을 달성하면 ‘지속내수성’으로 인정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물놀이용 자외선차단제 허가 기준이 거센 파도 등 실제 해수욕 환경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을 자주 덧바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한태영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급적 식약처의 ‘내수성’ 인증 제품을 선택하고, 30분∼1시간마다 아낌없이 발라야 햇볕 화상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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