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면 변하는 ‘두 얼굴의 반도체’

동아일보

입력 2018-05-21 03:00 수정 2018-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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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단단하지만 빛 없으면 변형… 최대 45%까지 휘고 성능도 변해

일본 연구팀이 개발한 변형되는 반도체. 빛이 있는 곳에서 압력을 가하면 부서지지만, 빛이 없는 환경에서는 45%까지 변형된다(오른쪽 사진). 사이언스 제공
평소엔 단단하지만 어두워지면 모양이 변하거나 휠 수 있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 ‘두 얼굴의 반도체’가 탄생했다. 산업계 염원인 접는 디스플레이에 이용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시마 유 일본 나고야대 재료물리학과 연구원팀은 널리 연구되는 황화아연(ZnS) 재질의 무기물 반도체가 빛의 유무에 따라 강도와 유연성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 사이언스 17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백색 가시광선과 자외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황화아연 결정(일부 고체에서 발견되는 규칙적인 구조)을 두고 힘을 가해 강도와 유연성을 실험했다. 그 결과 가시광선과 자외선이 존재하는 두 조건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황화아연 반도체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지만, 어둠 속에서는 최대 45%까지 모양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연구 총책임자인 나카무라 아쓰토모 나고야대 재료물리학과 교수는 “무기물 반도체의 성질을 빛이 없는 조건에서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유도 밝혀졌다. 황화아연 결정이 변형될 때, 결정 내부에는 ‘전위(dislocation)’라는 일종의 구조적 결함이 발생한다. 전위가 많을수록 모양이 잘 변한다. 하지만 빛이 있을 때엔 원자의 에너지가 높아 전위 속의 전자와 정공(전자가 빠져나간 자리)이 갇혀 있고, 전위도 적게 형성됐다. 반면 빛이 사라지면 이 에너지가 사라지며 전자가 풀려나고 전위가 많이 형성되며 모양도 쉽게 변했다. 연구팀은 “변형 과정에서 반도체에 전기가 흐르는 정도(전도도)가 변한다는 사실도 밝혔다”며 “빛으로 반도체의 성능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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