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실현-생산성 향상” 쌍용차 노사 모두 웃다

한우신 기자

입력 2018-04-26 03:00 수정 2018-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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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2교대’ 도입 평택공장 가보니


24일 찾은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조립3라인. 기계가 렉스턴스포츠 바닥 뼈대가 될 큰 프레임을 들어올려 뒤집었다. 프레임은 엔진과 미션 등 동력 부품으로 짜인 섀시와 결합됐다. 무쏘스포츠에 이어 국산 픽업트럭의 명맥을 잇는 렉스턴스포츠의 핵심 뼈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공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렉스턴스포츠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 힘든 줄 모르겠다”며 웃었다.

평택공장 근로자들이 웃는 이유는 또 있다. 이달부터 근무형태가 변경됐다. 지난달까지 조립3라인 모든 직원들은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까지 일했다. 하지만 오후 6시부터 3시간씩 잔업이 일상화된 탓에 실제 퇴근 시간은 오후 9시를 넘기곤 했다. 지금은 다르다. 두 개 조로 나눠 1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일하고, 2조는 오후 3시 40분부터 밤 12시 30분까지 일하고 있다.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로 바뀐 것이다.

조립3라인에서 일하는 임상묵 씨는 “거의 매일 9시 넘어서 집에 가다 보니 여가 시간을 즐기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가능해졌다.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가족들이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집안일을 돕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지난달까지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평택공장 근로자들에게도 실현된 것이다.

조립1라인도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로 바뀌었다. 이 라인은 과거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일했다. 주간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하고 잔업 3시간을 더했다.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일했다. 밤을 꼬박 새우는 야간조 근무는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20년 동안 야간 근무를 해온 조병호 씨는 “밤낮이 바뀌어 늘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많은 근로자들이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조 씨는 처음으로 이번 달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잔업이 줄면 수당이 줄어들어 결국 임금 감소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김춘식 조립3팀장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존 수당을 포함한 임금 수준을 보전하기로 노사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근무형태 변경을 준비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기존보다 평균 생산성이 7.6% 증가했다.

생산성 향상 방법 중 하나는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여러 차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체제다. 렉스턴스포츠가 생산되는 조립3라인이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혼류 생산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장 직원들의 협조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면 업무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자동차회사 노조는 혼류 생산에 반대한다. 라인별 생산 차종을 변경할 때도 사측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근무형태를 바꿀 수 있었던 근본 요인은 생산 차종이 늘어나고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월 출시된 렉스턴스포츠는 판매량이 1월 2617대, 2월 2640대, 3월 3007대로 계속 많아지고 있다. 현재 계약된 차량 대수는 2만 대에 달한다. 조립3라인의 경우 일감이 늘어나 공장 가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 2교대 근무가 도입됐고 이것이 워라밸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2016년부터 노사가 40여 차례 모여 근무형태 변화를 논의한 점도 제도 정착을 뒷받침했다.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은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요구에 부응하고 삶의 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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