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안주-9000원 라멘… 콧대 낮춘 5성 호텔
강승현기자
입력 2018-04-17 03:00 수정 2018-04-17 03:00
특급호텔들이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20, 30대 젊은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1] 콘래드서울 누들바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본식 라면. [2]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운영 중인 일본식 선술집과 [3] 제주 신라호텔의 성인 전용 수영장. 각 업체
제공
13일 오후 5성급 특급호텔인 콘래드서울 2층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부분 20, 30대 직장인들로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평일 오후 근처 직장인들을 호텔로 모이게 한 건 9000원짜리 ‘일본 라면’이었다. 이 가격은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 메뉴판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저렴한’ 가격이다. 일본 라면 외에 새우튀김 등 사이드 메뉴도 3000, 4000원대였다.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누들바(Noddle Bar)는 입소문을 타면서 점심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선착순 입장으로 예약은 불가능하다. 콘래드서울 관계자는 “손님 대부분이 20, 30대 주변 직장인”이라며 “가성비 높은 메뉴 출시로 점심시간 때마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식당을 찾았던 고객이 호텔 투숙객이 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식사를 하면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호텔 내부를 보게 된다”면서 “평소 시내 특급호텔 투숙을 생각지도 않았던 고객들이 호텔이란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주말이나 휴가 때 호텔 패키지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호텔업계 레스토랑들이 저렴한 가격의 메뉴를 대폭 확대하고 이벤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젊은층 잡기’에 나서고 있다. 코스요리 일색이었던 레스토랑 메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5성급 호텔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대표 레스토랑인 나인스 게이트를 지난해 9월 리뉴얼해 재오픈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 측은 코스요리를 대폭 줄이고 2만∼3만 원대 단품 요리의 비율을 늘렸다. 리뉴얼 전에는 한 끼에 1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찾는 고객이 한정되어 있었다. 다시 문을 열면서 단품 메뉴가 늘자 젊은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리뉴얼 후 매장 매출이 50% 이상 늘었고 젊은 고객의 비율도 4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호텔은 젊은 고객을 위한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공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게시되는 이벤트를 개인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식사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은 20, 30대 직장인이 많이 찾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을 호텔 안으로 들여놨다. 각종 꼬치 등 안주류는 단품으로 주문할 경우 가격이 5000원부터 시작한다. 그랜드하얏트서울 관계자는 “좌석 수는 많지 않지만 특급호텔 주방장의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젊은 고객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레스토랑 외에도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레저 공간을 확대하기도 한다.
제주신라호텔은 만 19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는 어른 전용 수영장 ‘어덜트 풀(Adult Pool)’ 같은 특화된 레저 공간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손님은 입장이 불가능하다. 연인 및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20, 30대 젊은층이 주고객이다. 모바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이용자들에게 이벤트 정보와 쿠폰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잠재적 고객인 20, 30대 젊은 고객층 끌어오기는 호텔업계의 새로운 화두”라면서 “호텔은 비싸고 지루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가성비 높은 메뉴와 특화 공간을 개발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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