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대신 건강으로 승부… 롯데마트, 생존전략 바꿨다

송충현 기자

입력 2018-01-24 03:00 수정 2018-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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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가치 제안회사’ 변신 선언… 기능식품 소포장-즉석요리 도입
이마트, 수요 맞춤 자체브랜드 확대… 홈플러스, 식재료 묶어 가성비 높여
“성장 둔화 유통업계, 차별화 나서”


롯데마트는 대용량으로 판매하던 건강기능식품을 작게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소비자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책임지는 ‘건강가치 제안 전문회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제공
대형마트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어느 마트의 물건이 가장 저렴한지를 두고 가격 경쟁을 주로 펼쳤다면 최근 들어 ‘건강’, ‘가성비’ 등의 키워드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내수 경기가 주춤한 가운데 대형마트가 스스로를 브랜드화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건강을 핵심 가치로 삼아 ‘건강가치 제안 전문회사’로 탈바꿈한다고 23일 밝혔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마트가 직접 건강한 식생활을 소비자에게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대용량으로 판매하던 건강기능식품을 작은 파우치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운동기구와 요가매트, 짐볼 등을 식료품과 함께 판매하기로 했다. 신선식품은 물론이고 가공제품까지 고객의 건강한 식생활을 염두에 두고 상품을 구성하겠다는 게 롯데마트의 각오다.

막 구입한 식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그로서란트’도 확대한다. 그로서란트는 그로서리(식료품)와 레스토랑(음식점)의 합성어로 지난해 7월 서초점에 처음 선보인 공간이다. 가령 스테이크용 고기를 산 뒤 1500원의 조리 비용을 내면 요리사가 채소와 소스를 곁들여 스테이크를 조리해 준다. 롯데마트는 올해 약 10개 점포에 그로서란트 매장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이은승 신선식품부문장은 “롯데마트가 엄선한 신선한 식료품을 고객이 최적의 상태로 먹을 수 있도록 그로서란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상품, 점포, 브랜드 등 모든 콘텐츠를 고객 수요에 맞추는 전략을 세웠다. 노브랜드, 피코크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자체 브랜드를 확대하고 토이킹덤,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경영 화두로 삼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위해 가격이 아닌 이마트만의 상품과 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이마트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수도권 매장에 온라인 전용센터를 확충할 계획도 세웠다.

홈플러스는 식품회사와 협력해 자체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가성비’ 전략을 내세웠다. CJ의 스팸, 오뚜기의 라면사리와 홈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한우사골육수를 넣은 ‘싱글즈프라이드 진짜 스팸 부대찌개’를 만든 게 대표 사례다. 각자 따로 구입하면 비싸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협력회사는 자사의 브랜드를 그대로 노출해 홍보 효과가 있고 고객은 품질을 믿고 살 수 있다.

홈플러스가 롯데제과에 제안해 만든 죠스바와 수박바의 파인트컵 버전도 이 같은 협력의 결과다. 홈플러스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떠먹을 수 있도록 ‘죠스통’, ‘수박통’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 중소기업 맥주를 판매한 것도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민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며 유통업계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유통업계가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펼치는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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