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논의 또 외면… 국회 6년째 직무유기

유성열기자

입력 2018-01-20 03:00 수정 2018-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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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법안심사소위 19일 돌연 취소
2013년 착수… 노사 눈치보기로 허송
문재인 정부 출범뒤 마련한 잠정합의안, 與 강경파-정의당 반대로 처리못해
3월 대법 판결로 시행땐 혼란 우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또 실패했다. 2013년 논의를 시작한 이후 6년째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외면하고 노동계와 산업계의 눈치만 보느라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환노위는 19일 열기로 했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2월로 연기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 의견 조율이 안 됐다는 이유로 전격 취소했다.

핵심 쟁점은 휴일수당 할증률이다. 노동계는 200%, 경영계는 150%를 고수하고 여당은 노동계, 야당은 경영계의 눈치만 보고 있다. 국회가 차일피일 이 문제를 미루는 사이 대법원은 18일 공개변론을 열었고, 3월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2008년 9월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규정한 정부 지침은 위법하고, 휴일수당은 200%를 줘야 한다”며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환경미화원들이 1, 2심에서 모두 승소하자 국회는 2013년 뒤늦게 논의에 착수했다.

2014년 4월 환노위 내에 양대 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소위를 만들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듬해 노사정위원회가 나섰고, 같은 해 9월 근로시간 단축안을 담은 노사정 대타협까지 이뤄냈다. 그러나 정부의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방법을 담은 정부 지침) 시행에 반발해 한국노총이 2016년 1월 대타협을 파기하고, 이후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근로시간 단축을 최우선 과제에 포함시키고 이 문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여야 3당 간사가 합의안(단계적 시행, 휴일수당은 150%)까지 도출했지만, 여당 내 강경파와 정의당의 반대로 또 처리에 실패했다. 법 개정이 아닌 대법원 판결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2013년 통상임금 판결 때처럼 큰 파장과 혼란이 예상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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