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장화진 대표 “로펌들 왓슨 도입 검토… AI 법조인 곧 나올것”

임현석기자

입력 2017-12-12 03:00 수정 2017-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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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건 판례분석 1, 2초만에 해내… 법률처럼 범위 한정땐 강점 보여
특정분야 협의 완료땐 바로 적용


“국내 로펌들이 인공지능(AI) 컴퓨터인 왓슨을 도입하기 위해 IBM과 논의 중입니다. 의료뿐만 아니라 법 연구·상담 분야서도 왓슨이 활약할 수 있죠.”

한국IBM을 이끄는 장화진 대표(50·사진)는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IBM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2018년은 국내에서 왓슨이 본격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왓슨은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암 진단(왓슨 포 온콜로지)에 쓰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왓슨의 명함에는 ‘AI 의료진’ 이외에 ‘AI 법조인’의 직함이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올 1월 취임 이래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는 데 집중해 왔다. PC 기반의 하드웨어(HW) 회사였던 IBM도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그는 “유통과 금융업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왓슨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AI 시스템 도입에 주저하던 기존 산업들도 가천대 길병원 등이 암진단 영역서 1년간 성과를 낸 것을 보고 왓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로펌 분야에 왓슨이 적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IBM 왓슨을 기반으로 한 판례 분석 프로그램인 ‘로스’가 뉴욕의 한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직 인간의 감정을 읽고 상황이나 때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변호사 업무를 AI가 완전히 대체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의뢰인의 사례와 유사한 수천수만 건에 달하는 판례와 법률 문서를 검토하는 데 1, 2초밖에 걸리지 않아 꽤 똘똘한 신참 정도는 됩니다.”

사법시험처럼 복잡한 시험을 통과하려면 사람은 수년도 모자란 경우가 많은데, 왓슨이 머릿속에 다양한 판례와 법조문을 넣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법률처럼 범위가 정해져 있는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게 AI죠. 당장 국내법 전반에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특정 분야의 법에 관해서는 협의만 완료되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AI는 변호사를 도와주는 역할로 시작하게 될 겁니다.”

AI는 한 번 판례를 입력하고 그와 유사한 의뢰인 사례를 집어넣기 시작하면 연구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그는 의료 분야에서 한 번 도입된 뒤 진단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비유했다. 최근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 도입 1년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AI 진단이 점점 더 인간 의사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례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는 AI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왓슨이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병원의 마케팅 용도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장 대표는 “서울시내 빅5 병원에서 진단받은 암 환자가 왓슨의 진단을 받기 위해 가천대 길병원을 다시 방문하기도 한다”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되지만, 실제 의사가 새로운 연구 결과 등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장점도 크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며 “비즈니스 업무 용도로 장점이 많다는 점을 부각해 시장에서 점유율과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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