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산업 세계 1위 올랐지만…

김성규기자

입력 2017-11-22 03:00 수정 2017-1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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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등 국내수요 증가 힘입어 올해 매출 대만 제치고 첫 1위 유력
질적으론 기술력 낮은 장비 위주… 핵심장비는 네덜란드-日-美장악
공격적 투자하는 中은 턱밑 추격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의 낙수효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대만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이 필요한 핵심 장비는 외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추격도 시작되고 있어 기술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장비 매출(외국 업체의 한국 내 생산 포함) 예상액은 129억7000만 달러(약 14조2164억 원)다.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대만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27억3000만 달러다. 그 다음은 중국 일본 북미 순이다.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총매출은 494억 달러로 지난해의 412억 달러에 비해 19.8% 성장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2000년의 477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SEMI는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이 내년에는 추가로 7.7% 성장해 5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 중 올해 단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6억9000만 달러였지만 1년 만에 68.7%나 성장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국내산 장비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장비 업계는 내년에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계가 양적으로는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분석이다. 반도체 공정은 주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만들어진 웨이퍼를 자르고 포장하는 ‘후공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과정은 전공정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photo), 인쇄된 회로를 깎는 식각(etch), 특정 불순물을 주입하는 확산(diffusion), 금속막·절연막 등을 형성하는 ‘박막증착(deposition)’ 공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공정에 쓰이는 장비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다. 이 회사는 미세공정용 노광 스캐너 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나머지는 일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증착 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 식각 장비는 미국 램리서치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계측·검사 장비 또한 일본과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절단·세정 등 후공정이다. 일부 업체가 식각·연마 등 전공정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 격차 등으로 비교적 쉬운 공정에 단편적으로만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장비 국산화율을 30% 정도로 보고 있지만 제대로 된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의 추격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은 장비 분야에도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4월 중국 파이오테크가 중국 최초로 반도체 박막필름 장비 양산을 시작했고 5월에는 중국 ‘노라’가 9년간의 연구 끝에 식각 장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SEMI는 올해 68억4000만 달러인 중국의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내년에는 110억4000만 달러로 급성장해 대만을 제치고 한국 턱밑까지 추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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