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간편결제

동아경제

입력 2017-09-23 13:00 수정 2017-12-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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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간편결제의 명과 암
제3의 결제수단 ‘OO페이’…편리함에 소비자 방긋, 비싼 수수료에 상인 울상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고액의 현금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돼버렸다. 지금은 신용카드 마저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과 비밀번호를 이용해 몇 초 만에 돈을 지불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14년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X)를 깔지 않아도 쇼핑몰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자 기업들은 앞다퉈 이른바 ‘◯◯페이’라 부르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 가입자 규모는 4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여러 개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20대 직장인 송모 씨는 “워터파크에서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는 건 번거로워도 스마트폰은 늘 몸에 지니고 있지 않나. 모바일에서 한 번 등록만 하면 쇼핑할 때마다 배송지를 입력할 필요도 없고, 비밀번호 6자리만 누르면 돼 더없이 편하다. 예전처럼 공인인증서로 결제하는 방식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월 한국은행은 정보통신 계열 간편결제업체 7곳(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케이페이·페이나우·시럽페이·유비페이·페이코)과 유통·제조 계열 4곳(삼성페이·스마일페이·엘페이·SSG페이)을 조사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규모를 파악한 ‘2016년도 지급결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사분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거래액은 401억 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비현금 거래 금액이 361조 원인 것에 비하면 아직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는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17조 원에 이르는 규모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속도도 빨라 지난해 사사분기 간편결제 금액은 일사분기의 3배를 뛰어넘었다.

2014년 9월 간편결제 서비스의 시초인 ‘카카오페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과연 쓸 사람이 있겠나’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3년 만에 간편결제는 현금과 신용카드를 뛰어넘는 ‘제3의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사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현재는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신용카드사(앱카드), 백화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플랫폼 회사, PG(Payment Gateway·전자지불대행)사 등이 앞다퉈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B국민·NH농협·롯데·삼성·신한·KEB하나·현대 앱카드는 실물 신용카드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고, 혜택도 실물 카드와 동일하다. 유통사 계열의 SSG페이(신세계), 엘페이(롯데), H월렛(현대백화점), 티몬페이(티켓몬스터), 스마일페이(G마켓·옥션), 11페이(SK플래닛 시럽페이 개편) 등은 자사 계열사 쇼핑몰에서 편리하게 결제하라는 취지로 만든 것으로 이벤트 참여, 쿠폰 발급, 통합 포인트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NHN페이코(페이코), 이니시스(케이페이) 등 PG사도 다양한 결제인증 방식을 제공하고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를 배포하는 식으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근 간편결제 시장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분야별 강자 구도도 명확해졌다. 현재 오프라인 부문에서는 삼성페이, 온라인 부문에서는 네이버페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카카오페이, 페이코가 바짝 추격 중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비싼 이유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간편결제 시스템이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높은 수수료가 소상공인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 제공·네이버 페이]

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간편결제업체가 30여 개에 달했지만 치열한 경쟁에 밀려 중소업체는 사라지고 대기업과 인터넷·유통업체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동안 인프라 확대와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입자 기준 국내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는 네이버페이다. 6월 말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2400만 명, 월 결제액은 5000억 원에 이른다. 서비스 가맹점은 15만여 개이고 카드사 9개, 은행 10개와 제휴를 맺고 있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하루 3억 개 넘는 단어가 검색되는 네이버에서 3분의 1 이상이 쇼핑 관련 키워드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에서 상품을 찾는 사용자에게 검색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처리되는 편리한 쇼핑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최강자는 삼성페이다.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1100만 명 이상이고, 지난 2년 동안 누적 결제액은 10조 원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3건 가운데 2건 이상이 삼성페이로 진행된 셈이다. 미국, 중국, 스페인, 영국, 호주, 러시아, 태국, 대만 등 해외 18개국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 ‘갤럭시S6’ 이후 모든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됐으며,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이 없는 구식 신용카드 단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2015년 미국 벤처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얻은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1670만 명, 누적 결제액은 2조2000억 원에 이른다. 2월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Alipay)’의 투자를 받으면서 국내는 물론, 알리페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페이코는 누적 가입자 수는 670만 명, 누적 결제액은 2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해 사용처가 다양하다는 강점을 지녔다. 한게임,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등 주요 온라인 게임업체에서 결제가 가능하고, 최근에는 인기 해외 직접구매(직구) 사이트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간편결제가 소상공인에게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인은 바로 ‘수수료’에 있다. 현재 간편결제는 판매자(가맹점)에게 매출의 4%에 육박하는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결제 수수료는 소비자가 낸 상품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과정에서 간편결제업체가 가져가는 금액으로 네이버페이는 수수료율이 3.4~3.5%, 페이코는 3.3~3.7%, 카카오페이는 3.5%에 달한다. 나머지 페이 서비스는 구체적인 수수료율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3%대로 추정된다.

이는 신용카드사가 받는 결제 수수료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09%이다. 특히 영세 중소 사업자의 수수료율은 더욱 낮다. 연매출 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0.8%, 3억~5억 원인 중소가맹점은 1.3%이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와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간편결제 시스템이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높은 수수료가 소상공인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 제공·네이버 페이]
원스톱 간편결제 서비스 불가능?

가맹점에게는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간편결제를 통해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손쉽게 수수료를 챙긴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간편결제업체들의 시장 독점력이 높아지면서 중소가맹점의 부담이 더욱 늘고 있다. 간편결제가 소비자에게는 나쁠 게 전혀 없지만, 판매자는 굳이 내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떠안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제수단을 제공한 대가로 매출의 2%(신용카드사 수수료 제외) 이상을 떼어가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해외 간편결제업체와 비교해도 국내 업체들의 수수료가 비싼 게 사실이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원조인 미국 페이팔의 수수료는 2.3~3.9%, 중국 알리페이는 최대 3%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간편결제업체 측은 “신용카드 수수료와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정부의 ‘영세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최근 낮아진 것일 뿐, 모든 가맹점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또한 온라인 결제 수수료에는 오프라인의 임대료 같은 호스팅, 서버 사용료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네이버페이 같은 주문형 페이는 결제만 제공하는 다른 결제형 페이와 달리 배송트래킹, CS(고객만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비용에서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승재 회장은 “간편결제업체들이 신용카드사에 1~2%대 수수료를 주면서 가맹점에게는 2~3% 수수료를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 또 신용카드사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억지로 수수료율을 낮췄다해도 결과적으로는 간편결제업체들의 수수료가 2배가량 높은 거 아닌가. 적어도 신용카드사 수수료율과 비슷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오프라인, 송금, 교통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원스톱’ 간편결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6월 뒤늦게 시장에 합류한 LG페이의 경우 신세계·CJ 계열 상점과 영화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스타벅스, CGV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2015년 삼성페이 출시 때도 똑같이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신세계페이를 운영하던 신세계가 삼성페이 사용을 섣불리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했는데, 결국 신세계는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력에 손을 들고 뒤늦게 삼성페이 사용을 허가했다. 또한 삼성페이는 아직 송금 기능이 없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결제가 한정적이다.

업계에서는 페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각 사의 이해관계가 달라 ‘통합 페이 서비스’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재구매율을 높이고자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유통기업은 자사 상점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편익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와 카카오는 빅데이터 확보 및 자사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고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간편결제업체들이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진일보한 서비스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한 PG사 관계자는 “중국 알리페이나 바이두 등 모바일 결제업체의 글로벌 진출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해외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려면 또 한 번의 획기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 간 협업을 바탕으로 해외 무대에 진출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7년 11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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