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대출 2억 있는 연봉 8000만원 직장인, 8억짜리 아파트 살때… 대출한도 2억4000만원→1억1700만원

강유현기자 , 송충현기자

입력 2017-09-14 03:00 수정 2017-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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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추가대출 규제 대폭강화

정부가 다주택자의 대출 상환 기간을 15년 안팎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단기 투기를 노리는 다주택자의 수요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한도가 거의 꽉 찼는데도 무리하게 돈을 빌려 주택에 투자하는 ‘고위험 여신’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정부가 이미 한 달 전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춘 데다 이번에 만기 제한까지 도입하면 투기성 대출을 막기 위한 ‘규제 카드’는 사실상 모두 꺼내 드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연봉 8000만 원 직장인 대출한도 1억2000만 원 ↓

13일 동아일보는 KB국민은행에 의뢰해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를 제한했을 때 달라지는 대출 한도를 추산해 봤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면서 주택담보대출 2억 원(만기 20년, 금리 연 3.5%)을 끼고 있는 연봉 8000만 원의 A 씨가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동작구에 8억 원짜리 집을 사려고 한다고 가정했다. 8·2부동산대책으로 강화된 현 DTI 체계에선 만기 30년으로 DTI와 LTV 30%를 적용받아 2억4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환액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포함하는 신DTI가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1억8700만 원(DTI 30%, 만기 30년)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대출 기간까지 15년으로 제한되면 대출 한도는 1억1700만 원이 된다. 지금의 절반 이하(48.7%)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만기 제한은 대출자의 연소득과 나이 등 상환 능력에 따라 개인별로 다소 달라질 수 있다”며 “은행들이 자체 심사해서 허용되는 상환기간을 15년 안팎에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만기를 줄이면 상환액이 높아져 DTI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대출을 받아 주택 여러 채에 투자해 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캐나다가 대출 만기 규제를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최장 40년이고 LTV 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자가 LTV 80%가 넘는 대출을 신청하면 일단 만기를 25년으로 제한한 뒤 차주의 상환 능력을 은행들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 고액 자산가들의 투기는 규제 못해

이전에 나온 가계부채 대책들은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정착시키고,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을 받도록 해서 금리나 경기 변동에 따른 가계의 채무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특정 지역의 다주택자 대출을 봉쇄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는 게 주된 목적이다. 다주택자가 집값을 끌어올리면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려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고액 자산가들은 여전히 서울 등 수도권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 자본은 적게 들이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관행도 여전히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는다.

일부 실수요자는 강화된 규제 때문에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우선 대출을 받아 산 집으로 월세를 놓아 노후 자금을 충당하려는 베이비부머들의 손발이 묶일 수 있다. 지방에 살다가 이직 등 불가피한 이유로 서울로 올라와 집을 사는 일시적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도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포함해 다음 달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DTI의 적용을 현재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과 자동차 할부·리스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반영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19년부터 도입한다.

적격대출 대상에서 다주택자를 제외하고 소득 한도를 두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저리로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투기에 활용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을 꼼꼼히 따지고, 담보 가치를 넘어서는 신용대출에 대해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긴다. 이와 함께 ‘치킨집 사장’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위한 컨설팅 및 금융 지원 방안이 마련된다.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연체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강유현 yhkang@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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