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고 풍요로운 진주냉면
동아경제
입력 2017-08-19 13:00 수정 2017-08-19 13:00
돼지고기 육전이 올라간 진주냉면(왼쪽)과 푸짐한 고명이 눈길을 사로잡는 진주냉면.
김민경의 미식세계
함께 북돋우며 어울리는 육수와 육전
평양냉면은 그릇에 이것저것 담기를 절제한 여백의 맛이 있다. 그만큼 육수와 면발에 집중해 또렷하고 섬세하게 각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함흥냉면은 알뜰살뜰 필요한 것만 챙겨 넣은 복주머니 같다. 면발로 양념을 싹싹 닦아 그릇을 비워내는 개운함이 있다. 진주냉면은 한밤의 불꽃놀이를 보는 듯하다. 색색의 고명을 푸짐하게 올리고 짙은 색의 맑은 육수를 그득 붓는다. 모양뿐 아니라 맛도 화려하다.
진주냉면의 매력은 육수 맛이 좌우한다. 은은하게 배어난 배릿함과 짭조름하면서 진하게 우러난 감칠맛이 남다른 개운함을 선사한다. 맛의 비밀은 바로 해물이다. 마른 새우와 홍합, 멸치, 밴댕이, 명태 등을 센 불에 볶아 비린내를 날린 다음 바지락, 다시마 등 신선한 해산물을 넣고 푹 끓인다. 이것을 일정한 온도에서 짧게는 사흘, 길게는 보름가량 숙성시켜 냉면 육수로 사용한다. 여기에 닭이나 꿩 또는 쇠고기 육수, 동치미 국물 등을 섞기도 한다. 해물 육수를 얼마나 맛있고 개성 있게 만들어 알맞게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진주냉면의 맛은 확연히 달라진다.
진주냉면은 메밀로 만든 면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명을 듬뿍 올린다. 종류도 다양하다. 길게 채 썬 오이와 배, 편육 두어 쪽, 삶은 달걀 반쪽, 비칠 정도로 얇게 부쳐 채 썬 달걀지단, 실고추, 그리고 길쭉길쭉하게 썬 육전 한 움큼이 올라간다. 다양한 고명이 저마다의 맛과 향, 식감으로 육수와 면발에 어우러져 다채로운 맛을 낸다. 진주냉면을 먹을 때마다 드는 개인적인 생각이 하나 있다. 다양한 고명은 독특하고 맛 좋은 진주냉면 육수를 입안으로 낚아 올리는 구실을 하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어떤 냉면을 먹을 때보다 젓가락에 딸려 오는 육수의 풍성함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촉촉하게 부친 쇠고기 육전(위)과 도톰해 씹는 맛이 좋은 돼지고기 육전.
특히 육수와 육전의 조합이 독보적이다. 육수를 담뿍 머금은 육전은 씹을 때마다 맛있는 국물이 쪽쪽 배어나와 입안을 적신다. 육전을 부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얇은 고기가 불에 익으면서 질겨지지 않아야 한다. 고기에 잔칼집을 내기도 하고 고기망치로 살살 두들겨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고기에 양파즙이나 과일즙을 조금씩 발라두기도 한다. 다음 과제는 달걀물과 고기를 잘 붙이는 것이다. 이때 밀가루나 전분 등을 잘못 쓰면 부침옷이 두툼해져 씹는 맛을 버린다. 최대한 얇고 부드럽게 부침옷을 입힌 뒤 촉촉하게 구워 내는 솜씨가 필요하다. 잘 부친 육전은 얇은 고기 어디에서 이토록 촉촉함이 배어나오나 싶을 정도로 맛있다. 쇠고기 육전은 기름기가 적은 우둔살이나 홍두깨살로 만든다. 달걀의 고소함과 어울려 부들부들 씹는 맛이 좋다. 돼지고기로 육전을 내는 냉면집도 있다. 역시 다릿살처럼 기름기가 없는 부위를 준비해 달걀물을 입힌 뒤 지진다. 쇠고기보다 훨씬 도톰해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다. 진주냉면은 지형적으로 가까운 바다와 평야에서 나오는 풍요로운 식재료에 화려한 교방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한다. 화사하게 잘 차려입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속 있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이 음식의 진면목이다.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7년 11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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