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청년몰-이마트 손잡고 ‘상생 쇼핑몰’로

박은서 기자

입력 2017-06-28 03:00 수정 2017-06-2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구미 선산봉황시장의 파격

27일 경북 구미시 선산봉황시장 A동 건물 2층의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청년 상인 김수연 씨가 아이디어를 낸 뒤 상인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마트 유치가 성사됐다. 이마트 제공
경북 구미의 선산봉황시장이 27일 전통시장과 청년가게, 이마트 점포가 결합된 ‘작은 복합쇼핑몰’로 다시 태어났다. 재래시장 상인과 청년 상인, 대형 유통마트 등 세 주체가 각기 역할을 나눠 시장을 만든 첫 사례다.

이날 찾은 선산봉황시장 A동. 현대식으로 지어진 3층 건물의 1층에는 106개 점포가 여느 재래시장처럼 과일과 채소, 곡물을 팔고 있었다. 곱창집을 비롯한 식당, 참기름 짜는 집, 옷수선 가게 등도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5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1층 시장 통로에는 마늘과 콩 등을 파는 할머니 노점상도 많았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허름해 보였던 1층과는 달리 밝은 쇼핑몰 분위기가 느껴졌다. 청년 상인들이 운영 중인 네일아트 숍, 사진관, 카페, 아동복 가게 등 10여 개 점포였다.

청년들의 가게를 지나면 420m²(약 127평) 규모의 ‘노브랜드 전문점’이 나온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모아서 파는 가게다. 시장 상인과 청년 상인들이 팔지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세제와 과자, 커피, 잼 등을 팔고 있었다. 노브랜드 전문점 양옆에는 노브랜드 카페(66m²)와 어린이 놀이터(119m²)도 자리 잡고 있었다.

선산봉황시장의 과감한 변신은 상인들의 결단 덕에 가능했다. 이 시장은 쇠락하고 있었다. 시장 밖 공터에서 5일장이 서는 날이면 1만∼2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지만 다른 날은 손님이 없어 영업이 어려웠다. 지난해 6월 중소기업청과 구미시가 빈 점포를 리모델링해 유치한 청년 창업 점포 8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산봉황시장에서 팔지 않던 수제돈가스, 족발, 개량한복 등으로 청년 점포가 문을 열었으나 6곳이 1년을 버티질 못했다.

이때 청년 상인 중 한 명인 김수연 씨(38·여)가 나섰다. 올해 1월 선산봉황시장 상인회에 “이마트를 유치하자”고 먼저 제안을 했다. 지난해 8월 당진전통시장에 문을 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직접 보고 난 이후였다. 당진시는 이마트에 먼저 제안을 해 축산, 청과 등 신선식품을 들여놓지 않는 형태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당진전통시장에 들였다.

상인회가 이에 동조했다. 비어 있는 시장 건물 2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터였다. 선산봉황시장 상인들은 만장일치로 이마트 유치를 찬성했다. 박성배 선산봉황시장 상인회장은 “지역 상권이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시장에 없는 품목이 들어온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팔지 않는 생선과 조개류를 노브랜드 점포에서 들여와 줄 것을 이마트에 요청했다.

구미시도 적극적이었다.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 유통점포가 전통시장 반경 1km 안에 문을 열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직접 당진전통시장을 둘러본 구미시는 4월 최종 승인을 내렸다.

이마트 측은 어린이 놀이터 덕분에 젊은 부모 고객의 방문이 늘고, 체류 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몰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억 원의 국고가 지원되는 청년몰 사업은 당초 목표정원(22명) 중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개설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재 6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청년 상인과의 협의를 통해 형태가 발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제 주체들과 상생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