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요건 강화땐 막대한 비용”… 수심 깊어지는 재계
이샘물 기자
입력 2017-05-24 03:00 수정 2017-05-24 03:00
6월국회서 본격논의 전망에 비상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지주회사의 저주’가 돼버렸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비상이 걸릴 겁니다.”(대기업 관계자)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기업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진적 지배구조’라는 이유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이제 와서 자칫 막대한 비용이 들 수도 있어서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대표적인 재벌개혁 공약 중 하나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를 활용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잘 협의하겠다. 하나하나 구체적인 내용이 갖는 효과에 대해 잘 시뮬레이션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 지주회사 전환, 축복인가 재앙인가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기준을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주회사들은 제도 시행일로부터 2년 안에 새 규정에 맞게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지분 규제가 강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SK그룹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 SK㈜는 자회사인 SK텔레콤 지분을 25.2%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즉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보유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SK㈜가 SK텔레콤 추가 지분 4.8%,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9.1%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각각 9300억 원, 3조9000억 원 등 4조8300억 원에 이른다. SK㈜는 또 상장사인 SK증권과 바이오랜드 지분이 30% 미만이고 비상장사인 SK건설 지분도 50% 미만이다. 지분 취득 비용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내용과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을 아꼈다.
김태형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분관계 정리 등 대체 수단을 통해 부담을 다소 경감할 수는 있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계열 내 자금 지원 여력이 현저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대기업 중 상장사인 자회사나 손자회사 지분이 30% 미만인 곳은 한둘이 아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상장사인 한진 지분이 21.6%, CJ는 상장사인 CJ대한통운 지분이 20.1%에 불과하다. 코오롱은 상장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이 각각 29.8%와 20.5%다. 법안 통과 시 ‘지분 취득 대란’이 불가피하다.
○ 오락가락 지주회사 정책에 불만
재계에서는 지주회사를 둘러싼 오락가락한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허용했다. 당시 지주사의 지분 요건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였다. 하지만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이를 각각 20%, 40%로 낮췄다. 지주사 전환을 권고한 셈이었다.
LG그룹의 경우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요건에 맞춘 덕에 현재도 주요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이 모두 30%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이후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으로서는 완화된 요건이 ‘부메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분 요건이 다시 강화되면 ‘되돌이표 규제’에 지분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들여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지주회사들의 평균 상장사 지분 보유율은 40%, 비상장사 지분 보유율은 80%를 웃돈다. 지분이 낮을수록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지는 만큼 기업들은 규제와 관계없이 지분을 높이려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법으로 지분 보유 기준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분이 과도하게 높으면 회사를 사고팔기가 쉽지 않은 데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에 더 인색해질 수도 있다. 김현종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기업이 몇 년간 많은 이익을 냈다면 지분을 매입하면 되겠지만 경영성적이 신통찮은 상황이라면 회사를 매각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지주회사의 저주’가 돼버렸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비상이 걸릴 겁니다.”(대기업 관계자)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기업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진적 지배구조’라는 이유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이제 와서 자칫 막대한 비용이 들 수도 있어서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대표적인 재벌개혁 공약 중 하나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를 활용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잘 협의하겠다. 하나하나 구체적인 내용이 갖는 효과에 대해 잘 시뮬레이션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 지주회사 전환, 축복인가 재앙인가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기준을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주회사들은 제도 시행일로부터 2년 안에 새 규정에 맞게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지분 규제가 강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SK그룹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 SK㈜는 자회사인 SK텔레콤 지분을 25.2%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즉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보유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SK㈜가 SK텔레콤 추가 지분 4.8%,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9.1%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각각 9300억 원, 3조9000억 원 등 4조8300억 원에 이른다. SK㈜는 또 상장사인 SK증권과 바이오랜드 지분이 30% 미만이고 비상장사인 SK건설 지분도 50% 미만이다. 지분 취득 비용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내용과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을 아꼈다.
김태형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분관계 정리 등 대체 수단을 통해 부담을 다소 경감할 수는 있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계열 내 자금 지원 여력이 현저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대기업 중 상장사인 자회사나 손자회사 지분이 30% 미만인 곳은 한둘이 아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상장사인 한진 지분이 21.6%, CJ는 상장사인 CJ대한통운 지분이 20.1%에 불과하다. 코오롱은 상장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이 각각 29.8%와 20.5%다. 법안 통과 시 ‘지분 취득 대란’이 불가피하다.
○ 오락가락 지주회사 정책에 불만
재계에서는 지주회사를 둘러싼 오락가락한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허용했다. 당시 지주사의 지분 요건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였다. 하지만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이를 각각 20%, 40%로 낮췄다. 지주사 전환을 권고한 셈이었다.
LG그룹의 경우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요건에 맞춘 덕에 현재도 주요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이 모두 30%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이후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으로서는 완화된 요건이 ‘부메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분 요건이 다시 강화되면 ‘되돌이표 규제’에 지분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들여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지주회사들의 평균 상장사 지분 보유율은 40%, 비상장사 지분 보유율은 80%를 웃돈다. 지분이 낮을수록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지는 만큼 기업들은 규제와 관계없이 지분을 높이려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법으로 지분 보유 기준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분이 과도하게 높으면 회사를 사고팔기가 쉽지 않은 데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에 더 인색해질 수도 있다. 김현종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기업이 몇 년간 많은 이익을 냈다면 지분을 매입하면 되겠지만 경영성적이 신통찮은 상황이라면 회사를 매각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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