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법적 ‘인격’을 부여받은 강이 있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입력 2017-04-21 10:54 수정 2017-04-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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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받은 황가누이 강 . 사진 제공=Supplied

자연과 인간이 진정한 공존을 이루는 ‘황가누이 강’ 자연 체험 여행

뉴질랜드의 황가누이 강(Whanganui River)은 지난달 15일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살아있는 존재에 상응하는 권리와 의무, 책임을 지닌 ‘인격’을 법적으로 부여받은 세계 최초의 강이 됐다.

황가누이 강은 근방에 사는 마오리 인들에게 중요한 정신적인 지주로서, 현지인들은 이 강을 ‘코 아우 테 아와, 코 테 아와 코 아우’(Kō au te Āwa, kō te Āwa kō au)라 부른다. ‘내가 강이고, 강이 나’라는 뜻이다. 마오리족은 1870년대 이후 강과의 특별한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를 상대로 오래도록 노력해 왔고, 2009년에 공식적으로 개시된 협상에서 5년의 긴 교섭 과정을 거쳐 ‘황가누이 강’을 하나의 인격으로 인정받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 세계 최초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받은 황가누이 강 . 사진 제공=Supplied
황가누이 강에는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전부터 원주민이 정착해 온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 온 오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로 중 하나로도 꼽히며 강 중에서도 길이가 가장 긴 곳이다. 장장 290km에 달하는 긴 강을 물길 따라 흘러가며, 유구한 역사와 야생의 모습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다.

◆ 과거의 흔적을 물길 따라 되짚어가는 카약 어드벤처, ‘황가누이 저니’

‘황가누이 저니’는 카누나 카약을 이용해 작은 시골 마을인 타우마루누이(Taumarunui)에서 피피리키까지 강을 따라가며 즐기는 카약 어드벤처다. 옛날에는 마오리 족과 초기 유럽 정착민들에 의해 물자를 실어 나르던 주요 수송로로 이용된 곳이다.

▲ 노를 저어가며 ‘황가누이 강’을 탐험하는 모습. 사진 제공=뉴질랜드관광청
약 145km에 이르는 강물을 따라 광대한 청정 삼림 속을 탐험하게 되는데, 과거의 흔적을 되짚으면서 현대 문명을 벗어나 펼쳐지는 가파른 협곡의 풍격을 만끽할 수 있다. 뉴질랜드 최고의 절경을 갖춘 9개의 워킹 트랙인 ‘그레이트 워크’에 속해 있으면서도, 흙을 밟고 걷는 대신 노를 저어가는 5일간의 여정으로 진행된다.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구간을 줄여 3일간의 일정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 여행자는 스스로 카누의 노를 저어 가지만, 체력이 부족하다면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있는 평저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카약 여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수의 전문 투어 업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하이킹 투어도 찾아볼 수 있다.


◆ 아름다운 삼림 속 계곡을 전력 질주하는 짜릿함, ‘제트보트 투어’

‘황가누이 강’에서는 제트보트 업체의 데이투어를 통해 국립공원을 깊숙이 탐사할 수 있다. 제트보트를 타고 나무고사리와 토착 삼림이 아름답게 우거진 깊은 계곡을 전력 질주하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 물 위를 질주하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제트보트 투어. 사진 제공=뉴질랜드관광청
특히 제트보트는 이 지역의 명소인 ‘어디로도 가지 않는 다리(Bridge to Nowhere)’로 갈 때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깊은 숲속에 홀로 남겨진 ‘어디로도 가지 않는 다리’는 1936년에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졌지만, 1942년에 정착민들이 떠나며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 다리다. 대신 오늘날에는 호기심 많은 여행객들에게 아름다운 전망을 선사하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황가누이 시닉 익스피리언스 젯 투어스(Whanganui Scenic Experience)’를 이용하면, 황가누이 국립공원에서 숲길 산책을 포함한 2시간의 투어 외에도 당일 패키지 투어 및 카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전문 맞춤 가이드 투어를 통해 황가누이 강의 풍요로운 역사 및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단순한 투어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

◆ 스릴 넘치는 산악자전거 트레일, ‘마운틴 투 씨 사이클 트레일’

‘마운틴 투 씨 사이클 트레일(Mountains to Sea Cycle Trail)’은 루아페후 산이 있는 중앙 화산 고원으로부터 통가리로와 황가누이 두 국립공원을 통과해 태즈먼 해까지 이어지는 스릴 넘치는 산악자전거 트레일이다. 수려한 경관은 물론 풍부한 문화유산 또한 만나볼 수 있다.

▲ 마운틴 투 씨 사이클 트레일. 사진 제공=뉴질랜드관광청
황가누이의 바닷가에서 317km 트레일을 완주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데, 황가누이 강에서 피피리키로 가는 제트보트 여정과 황가누이 강을 따라가는 마지막 구간이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트레일은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마웅가푸루아 트랙과 카이화카우카 트랙에 많은 비가 내린 후에는 진흙에 바퀴가 빠지므로 걸어가는 것이 좋다. 트레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뉴질랜드 사이클 트레일’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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