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이자율, 왜 은행 마음대로 매깁니까?

강유현기자

입력 2017-03-23 03:00 수정 2017-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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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대출 연체이자율 산정체계 상반기 공개


이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전 은행별로 연체이자를 얼마나 어떻게 물리는지를 따져보고 고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별로 연체이자 산정 체계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은행들이 연체 기간별 가산금리와 최고 이자율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산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연체이자’라는 비판이 있었다. 앞으로 산정 체계가 공시되면 은행별 금리 경쟁이 촉진돼 최고 15%에 이르는 주요 시중은행들의 연체이자율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연체이자율 산정 체계 공시해야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국은행연합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은행들의 연체이자율 산정 체계를 비교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KDI 용역을 통해 시중은행 연체이자율 원가를 분석하고 해외 은행들과 이자율을 비교한 뒤 연체이자율이 적정한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반영해 다음 달 발표하는 연체 차주 보호방안에 연체이자율 산정 체계 공시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현재 은행들은 각 은행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연체이자율을 공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연체 기간에 따라 대출금리에 5∼10%포인트를 더해 연체이자율을 정한다. 신한·KB국민·KEB하나은행은 △1개월 이하 연체한 경우 대출금리에 6%포인트 △3개월 이하는 7%포인트 △3개월 초과는 8%포인트를 각각 더해 연체이자율을 정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3∼4%대)를 감안하면, 3개월 이상 연체를 하면 금리가 세 배로 뛰게 되는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시중 은행은 15%의 최고 연체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11%로 낮은 편이지만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16.9%, 18% 등으로 높다.


○ 금리 내려도 꿈쩍 안 하는 연체이자율

은행 연체이자는 그동안 산정 체계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금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은행들에 연체이자율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문의했으나 “자세히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산정 방식을 잘 모르겠다. 원가를 세심하게 반영했다기보다는 대출 연체에 대한 일종의 ‘징벌적’ 성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왜 이 가격(연체이자)을 받는지 가격을 매기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이 모두 모르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체에 따른 충당금 설정 비용과 연체금 회수 비용, 자금 조달 비용 등을 감안해 산정 체계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와 연체율이 내려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줄고 있는데도, 은행들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연체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들이 가장 최근 연체이자율을 내렸던 2015년 1월 이후 2년간 기준금리는 2.0%에서 1.25%로 떨어졌다. 같은 시기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3%에서 0.28%로 내렸다.

김영일 KDI 연구위원은 “최근 저성장과 금리 상승으로 한계차주의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이 지나치게 무거운 징벌적 금리를 물리면 한계차주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별도로 봐야

시장 전문가들은 연체이자율 인하 외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연체이자율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출상품 구조와 회수 비용 등이 다른 데도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이 동일한 가산금리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연체가 1개월 이상 넘어가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담보대출은 담보를 매각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 회수 비용이 신용대출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는데 똑같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중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를 달리 운용하는 곳은 연체이자율이 가장 비싼 SC제일은행뿐이다.

이에 대한 은행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자 산정 체계를 일률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연체이자율이 떨어지면 빚을 갚지 않으려는 대출자들의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최고 연체이자율 15%는 2금융권 대출금리보다도 낮다.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들은 2금융권에서 대환 대출을 하는 방법 대신 연체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거꾸로 금리가 올랐을 때 금융당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된다고 할지 의문이다. 연체이자율을 낮추는 것보다는 부과를 유예해주는 식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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