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겼지만… ‘무죄 입증-이미지 쇄신’ 갈길 먼 삼성

이샘물 기자 , 김지현기자 , 김현수기자

입력 2017-01-20 03:00 수정 2017-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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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 기각]총수 구속사태 면해 ‘안도’

구치소 앞 취재진-삼성 직원들 밤샘 대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직원들과 취재진이 19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19일 새벽까지 약 14시간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의왕=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삼성그룹은 19일 오전 5시 반경 짤막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40여 분 만이었다. 삼성 임직원들은 전날 오전부터 서울구치소와 서초사옥에서 20시간 가까이 초조하게 법원의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이 부회장은 오전 6시 14분경 서울구치소 문을 나와 자택이 아닌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및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1시간가량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총수 첫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진 않았지만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삼성이 이날 원하는 결과를 얻고도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미래전략실 법무팀은 이날 변호인단과 함께 서초사옥에서 회의를 갖고 향후 전략을 가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초 이뤄졌어야 할 사장단 인사를 지금까지 하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 조직개편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추진하려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인사나 조직개편을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나오려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머지않아 필요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룹 전체를 보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통해 해외 주요 사업 파트너와 고객,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는 게 시급하다.

 실제로 각 계열사는 이 부회장 영장 기각을 계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3일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직접 맡는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이 ‘재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침체된 그룹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또 다음 달 초 유럽 바이어들과 파트너사를 일제히 초청해 전략 제품을 소개하는 ‘유럽포럼’을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주요 사업을 정상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를 전후해 삼성그룹이 ‘경영 쇄신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래전략실은 이미 팀별 쇄신안 작성을 완료하고 적절한 시기에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008년 삼성 특검 수사가 끝난 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는 등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계획 확정이나 국내외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등은 당장은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SK, 롯데, CJ 등 특검의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그룹 관계자들도 특검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단 출연금에 ‘뇌물죄’를 적용하려던 특검의 시도가 일단 제동이 걸린 만큼 다른 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춘 건 아니다. 특검이 삼성의 ‘대타’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그룹들은 특검의 총수 소환 가능성에 대비해 소명 자료와 법리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한편 롯데는 지난해 천명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4개 상장사는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등 그룹 쇄신을 시작한다고 시장에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김지현·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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