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윗물 맑아야 아랫물도”… 기업 리더들 명심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7-01-11 03:00 수정 2017-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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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가 심한 중남미 국가 중에서 청정 국가로 분류됐던 코스타리카가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3명의 전직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기소돼 2명은 유죄가 확정되고 수많은 장관이 연루돼 사퇴하는 등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 이어졌다.

 최근 아나 코르바초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한 연구진은 단기간 눈에 띄게 부패 사례가 증가한 코스타리카를 대상으로 ‘부패가 부패를 낳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한 개인의 결정에는 타인의 결정에 대한 판단이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경우 단속경찰관에게 뇌물을 줄 것인가를 결정할 때 상대방이 뇌물을 거절하면 뇌물죄 혐의가 추가될 위험이 있으므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패한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즉, 부패란 관련되는 행위자 간의 조정 및 협업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고 서로가 상대방이 부패에 동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맞아떨어질 때 일어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이 연구에서는 먼저 4200명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즉, 최근 부패가 심각해졌다는 안내문을 먼저 보여준 그룹, 사법체계의 무능을 암시하는 안내문을 먼저 보여준 그룹, 그리고 통제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의 ‘부패 참여 의향’을 조사했다. 실험 결과, 부패에 관한 안내문을 읽은 그룹에서 자신도 부패에 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28%나 높았다.

 이처럼 부패는 단순히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결단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화 혹은 그러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부패를 저질렀을 때 직면하게 되는 위험성은 낮추고 유인은 강화해 조직 자체를 보다 부패한 ‘균형 상태’로 옮겨놓을 수 있다. 기업을 비롯한 조직 내 리더의 언행과 태도가 부패 방지에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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