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낙지 씹지 않고 ‘꿀꺽’…50대, 기도 막혀 질식사

뉴시스

입력 2019-01-24 10:10 수정 2019-01-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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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나 주꾸미를 생으로 먹을 때는 특히 질식에 주의가 요구된다.

주꾸미나 낙지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숨진 사례가 국내 학술지에 소개됐다. 사망자는 두명 모두 50대 남성이다. 술 취한 20대 여성이 산 낙지를 먹고 숨졌다는, 이른바 ‘산낙지 질식사’ 사건의 법적 공방에서도 실제로 산낙지가 질식을 유발했는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2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하홍일 법의관팀은 각각 주꾸미와 낙지를 날로 먹다가 숨진 두 50대 남성의 부검 소견을 밝혔다. 이 결과(낙지와 주꾸미에 의한 사고성 기도막힘질식사)는 대한법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주꾸미를 먹은 뒤 숨진 남성(58세)은 조업 중이던 고깃배의 선원이었다. 작업 중에 선미 갑판에서 주꾸미를 날로 먹고 난 뒤 걸어서 선수 쪽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의식을 잃어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며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사망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사인은 기도막힘 질식으로 판단됐다.

일반적으로 선원이 조업 중에 잡은 생선을 날로 먹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런 사망의 위험이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낙지를 먹다가 숨진 남성(55세)은 혼자 살다가 약 10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2년 전에 협심증 진단을 받았고, 2개월 전엔 소장암 판정을 받아 통원치료를 받아 왔다. 치아도 모두 상실된 상태였다. 주거지인 원룸 거실에서 바닥에 누워 숨진 것을 자녀가 발견했다. 이 남성의 집 싱크대에선 낙지 다리 부분이 목격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첫 번째 사례에선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 두 번째 사례에선 뇌졸중·부실한 치아·정신병 치료제 등이 질식 위험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지나 주꾸미를 씹지 않고 단번에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연구팀은 논문에서 강조했다. 기도로 들어간 낙지와 주꾸미는 다수의 흡반을 갖고 있어 기도 벽에 단단히 붙게 된다. 흡반이 기도 점막에 염증·부종을 일으켜 질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낙지나 주꾸미는 기도막힘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잘게 잘라서 먹거나 익혀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낙지와 주꾸미는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국내에선 흔히 이들을 산 채로 그대로 먹거나 잘라서 먹는다. 이로 인해 기도막힘질식으로 숨지는 예가 드물지 않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1월∼2012년6월 서울에서 발생한 음식물에 의한 기도막힘질식 76건 중 낙지로 인한 사망은 3건이었다. 떡·고기·과일에 이어 네 번째 순서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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