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신청 은혜초, 교사 13명 전원 해고 통보

김호경기자

입력 2018-01-16 03:00 수정 2018-01-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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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반발에도 폐교 강행 태세… 서울교육청 39개 사립초교 재정 조사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에서 학생 수 감소로 사상 첫 자진 폐교를 신청한 은평구 은혜초등학교가 교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절차상 문제로 폐교 신청을 반려했고,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학교 측은 2월 말 폐교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은혜초는 12일 교장을 제외한 교원 13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해고 일은 학교가 폐교 시점으로 정한 2월 말이다. 교장은 계약직 신분이라 해고 통보 대상이 아니다. 사립초 교원 임용과 해고는 전적으로 학교법인 권한이라 원칙적으로 시교육청은 관여할 수 없다.

은혜초는 지난해 12월 28일 제출한 폐교 인가 신청이 반려됐음에도 해고 통보를 강행해 폐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수년간 지속된 학생 결원으로 재정 적자가 누적돼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3∼2017년 5년간 은혜초 재학생은 정원(360명) 보다 100명 이상 모자랐다. 등록금 수입이 적다보니 은혜초의 지난해 세입은 27억 원으로 규모가 비슷한 서울 다른 사립초(36억 원)보다 9억 원가량 적었다.

학부모들은 법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폐교 강행을 막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설사 폐교를 막더라도 3월 신학기 정상 수업이 어려워 자녀를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혜초 재학생 235명 중 97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신청했다.

시교육청은 은혜초처럼 사립초교가 갑자기 폐교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서울 지역 39개 사립초를 대상으로 재정 상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올 상반기(1∼6월) 안에 전수조사와 분석을 마칠 계획”이라며 “재정 상태가 안 좋은 사립초에 자구책 마련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교육청 산하 11개 지원청별로 관할 지역의 사립초 재정 상황을 파악한 적은 있지만 시교육청이 사립초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 지역 사립초 39곳 중 13곳이 최근 5년간 정원이 미달되거나 겨우 정원을 맞출 정도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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