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체말고 급여체도 있다”, 직장인들 주로 쓰는 ‘급여체’ 화제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7-11-14 15:16 수정 2017-11-14 16:31
사진=MBC 무한도전
“대리님. 팀장님께서 이번 기획안 캐주얼하게 바꿔보라고 하셔서 디벨롭했는데 피드백 요청드립니다.”
최근 초·중·고등학생이 널리 사용하는 이른바 ‘급식체’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인들이 직장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급여체’ 게시물이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급여체에는 직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 부드럽게 돌려 말하기, 직장 내 은어 등 다양한 표현들이 포함돼 있다.
1. 넵/넹/넴/네/네넵/네네
각종 지시에 따른 기분별·친분별·상황별 대답 방법.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상사의 지시에 매번 ‘네’라고 답할 수는 없고 ‘넹’은 다소 장난스런 느낌이 들어 ‘넵’으로 대답을 한다는 ‘넵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2. 피드백(or 컨펌) 요청드립니다
부탁을 할 때 사용하는 말. 주로 이메일 작성 시 마지막 문단에 쓰인다.
3. 수정 요청드립니다
시안이나 보고서 내용의 수정을 요청할 때 쓰이는 말. 고객의 수정 요청이 계속 이어질 경우 ‘최종본’, ‘최종본1’, ‘진짜 최종본’ 등 파일을 무한 생성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4.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
주로 독촉을 할 때 사용된다. 같은 의미를 지닌 표현으로는 ‘아삽(ASAP·최대한 빨리)’이 있다.
5. 크로스체크(Cross-check) 부탁드립니다
크로스체크란 본래 정보통신용어로 듀얼 시스템에서 두 계통 각각의 처리결과를 대조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내에서는 서로 업무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확인을 서로 함께 하기 때문에 문제 발생시 그 책임도 함께져야 할 수도 있다.
6. 캐주얼(Casual)하다
패션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달리 아이디어 보고서 등 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되는 표현.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지만 나름의 구성을 갖춘 보고서 상태를 일컫는다.
7.디벨롭(Develop)하다
아이디어 보고서 등 문서를 작성했으나 내용이 부실해 추가적으로 살을 붙이는 작업을 말한다.
8. 어레인지(Arrange)하다
피드백, 미팅 등 일정을 조율하거나 정리할 때 사용되는 표현.
9. 레퍼런스(Reference)를 전달하다
주로 광고나 디자인 대행사에서 사용되는 말로 고객에게 참고 자료 또는 시안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고객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져 자충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10. 사이즈베리(Size Variation)
시안의 사이즈를 바꾸거나 여러 가지 사이즈의 시안을 만드는 것.
11. 후려치다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견적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12. 아이데이션(Ideation)하다
아이디어 생산을 위해 행하는 활동 또는 아이디어 생산 자체를 뜻하는 말.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 외국 성공 사례를 찾는. 즉, 포털 검색을 의미한다.
13. 킥오프(Kick-off)하다
주로 축구 등 시합이 시작될 때 또는 어느 한 팀이 득점하여 시합을 다시 시작할 때를 의미하는 말. 직장에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사용된다.
14. 개런티(Guarantee)하다
개런티의 의미대로 확실하게 보장하다는 뜻. 그러나 보통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미인 ‘개런티 못하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급여체는 직장인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두***은 “실제로 광고 쪽과 디자인 쪽에서 통용되는 용어들”이라고 했고, 윤***도 “아마 내 평생 언어일 것 같다”라며 친숙함을 드러냈했다.
또 다른 급여체를 추가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벤치마킹하다’는 대놓고 베끼라는 의미”(Ea***), “‘트라이하다’는 불가능하지만 일단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쿨***), “‘바쁘시죠?’는 바빠도 빨리 해라.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In***) 등의 의견이 있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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