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는 아동학대 상담원…업무는 많고 처우는 바닥

뉴스1

입력 2017-10-12 07:10:00 수정 2017-10-12 08: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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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증원 필요하지만 예산 확보 어려워”
남인순 의원 “기금 아닌 일반회계로 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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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연씨(가명·28세)는 최근까지 경기도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2차 피해 예방 및 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부족한 상담원 수로 인해 초과 근무는 필수였고, 근무 과정에서도 혼자 나가는 일이 자주 있다보니 아동학대 의심 부모로부터 뺨을 맞거나 협박을 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급여에서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스트레스가 심각해졌고, 결국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아동학대 현장조사와 학대피해아동 지원 등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상담원)들이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637명의 실제 총 업무시간은 231만5310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1인당 가용근로시간 기준인 1960시간(1일 8시간 근무기준)으로 나눌 경우 1181명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량이다. 단순 계산하면 상담원이 지금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당 담당하는 아동수는 6360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1인당 1820명의 3.5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아동학대 발견율도 아동 1000명당 1.3명으로 미국의 9.4명, 호주의 8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상담원들은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준 연봉은 2700만원에 그친다. 호봉과 경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구조인데, 예산 문제로 직접 운영하는 대신에 민간에 위탁하는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60곳 가운데 서울 1곳과 부산 1곳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다보니 연차가 쌓여도 급여가 오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 상담원 인력으로 학대 피해아동을 찾고 보호를 비롯해 예방 및 재발 방지 등의 교육을 담당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다만 학대 피해아동을 위한 예산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 묶여 있어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아동학대 관련 예산 266억2900만원 가운데 182억9700만원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잡혀 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일반회계와는 다르게 기금에 의존하는 재원 구조여서 필요에 따라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14년 1만7782건에서 2015년 1만9203건, 지난해 2만9669건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만큼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 배경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올해 수준을 유지했고 전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45억4800만원으로 되레 7.8% 줄었다. 현 예산 규모는 운영중인 아동보호전문기관 60곳의 인건비 등을 포함한 운영비를 대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지자체에서 아동보호전분기관 증설을 앞다퉈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단 1곳도 신규 증설하지 못했고, 내년에도 단 1곳 느는 데 그칠 전망이다.

아울러 피해 아동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닌 아동권리보호 및 해외구호개발사업을 하는 굿네이버스 등 민간단체가 치료 비용 등을 모두 지원하는 실정이다.

남인순 의원은 “아동학대 전문 상담원들이 과중한 업무 누적에서 오는 피로와 열악한 처우로 인해 27.7%가 타 분야로 이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재원을 일반회계로 단일화해 필요한 사업에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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