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살인극 뒤엔… 재일교포 수백억 재산 다툼?

최지선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17-08-23 03:00 수정 2017-08-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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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선미씨 남편 흉기 피살

영화 미술감독 고모 씨(45) 살인사건의 피의자 조모 씨(28)는 미리 예리한 흉기를 준비한 뒤 대낮 서울 도심의 법률사무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달아나지 않은 채 출동한 경찰 앞에서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다. 조 씨는 경찰에서 “약속한 돈을 받지 못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세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 배경에 한 재일교포 출신 사업가의 재산을 둘러싼 후손들의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고 씨는 21일 오전 11시 40분경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조 씨를 만났다. 변호사 A 씨가 동석했다. 고 씨는 외할아버지인 B 씨(99)의 재산 증여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조 씨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수고비’ 문제가 나오며 언쟁이 격해졌고 조 씨는 종이가방에서 날카로운 흉기를 꺼내 고 씨의 목을 한 차례 찔렀다.

조 씨는 경찰에서 “고 씨가 재산권 분쟁에서 유리한 정보를 주면 2억 원가량 사례하기로 해놓고 ‘1000만 원밖에 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꿔 분노가 치밀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살인 혐의로 조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 씨의 외조부 B 씨는 일본 교토(京都)의 4성급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18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굴지의 사업가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서울에도 적지 않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등 최소 수백억 원대 자산가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활발한 기부활동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B 씨가 거의 모든 재산을 장손에게 주기로 하면서 다른 자녀들과의 다툼이 시작됐다. 고 씨는 어머니를 도와 B 씨의 장남(72)과 장손을 상대로 한 재산권 분쟁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B 씨가 장남에게 넘긴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둘러싸고도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자녀들이 올 3월 법원에 낸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장남은 주택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조 씨가 B 씨 가족의 재산권 분쟁에 연루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조 씨는 별다른 전과도 없다. 조 씨는 일본 유학 시절 B 씨의 장손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장남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 씨가 살해된 사실도 21일 오후 6시 이후에 알았고, 조 씨가 재산권 분쟁과 관련해 고 씨 측을 찾아갔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고 씨의 부인인 배우 송선미 씨(42)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씨가 17일경 갑자기 연락해 소송 관련 정보를 주겠다며 접근했고 사건 당일까지 세 차례 만난 것이 전부”라며 “어떤 자료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액을 주기로 약속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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