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노병 귀환에 中 들썩

구자룡 특파원

입력 2017-02-25 03:00 수정 2017-02-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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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측량하다 인도에 포로 잡혀 국경분쟁 탓 못돌아오고 현지 정착
언론 통해 사연 알려지자 출국허가… 올 2월 가족-軍동료 환호 속 귀국


인도에서 54년 만에 고국 중국에 돌아온 왕치씨(왼쪽)가 11일 고향인 산시 성 셴양에서 가족 친지 등의 환영을 받고 감격해하고 있다. 중궈신원왕 제공
올해 2월 11일 중국에서 위안샤오제(元宵節)라고 부르는 정월대보름에 관영 중국중앙(CC)TV 등 언론은 인도에서 떠돌다 54년 만에 돌아온 왕치(王琪·78) 씨가 고향으로 돌아온 사연을 자세히 전했다. 그는 인도 접경 지역에서 근무하다 길을 잃어 인도로 넘어간 뒤 포로로 잡혀 옥살이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다시 고향 땅을 밟았다.

산시(陝西) 성 셴양(咸陽) 출신으로 1960년 토지 측량기사로 군에 입대한 그는 인도 접경지역에 배치됐다. 1963년 1월 그는 산책 도중 길을 잃고 인도 영토로 들어갔다. 마침 부근을 지나던 국제적십자사 차량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는데 적십자사 직원은 그를 인도 군부대로 데려갔다. 당시 인도와 중국은 국경 분쟁 중으로 1962년 10∼11월에만 무력 충돌로 3000여 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포로로 잡힐 때였다.

왕 씨는 무단 영토 침입죄로 7년간 수감된 뒤 풀려났지만 인도 당국은 그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중서부의 외진 마을에 갇혀 살던 그는 최근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매일 저녁 울었다”고 말했다.

왕 씨는 현지 밀가루 공장에서 일하면서 1975년 인도 여성과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뒀다. 인도어도 배웠고 ‘라제 바하두르’라는 현지 이름도 얻었다. 그렇게 인도에 정착해 살았지만 인도 정부는 왕 씨에게 어떤 신분증도 발급하지 않았다. 그가 전쟁포로인지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왕 씨는 천신만고 끝에 1980년 고향의 가족과 친지에게 편지를 보냈고 2002년 어머니와 한 차례 통화도 했다. 모친은 자식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2006년 숨을 거뒀다.

왕 씨의 외조카가 2009년 중국 여권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갖고 인도를 찾아왔다. 주인도 중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2014년 왕 씨가 중국 여권을 받았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출국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이런 딱한 사연이 올해 2월 초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주인도 중국대사관이 인도 당국과의 접촉에 나섰고 그는 출국 허가증을 받았다.

54년 만인 올해 2월 11일 왕 씨가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하자 가족과 인도 주재 중국대사, 산시 성 공무원 등이 나와 반겼다. 특히 이날 공항에는 그가 소속됐던 부대의 부대장 왕주궈(王祖國) 씨도 나왔다. 왕 전 부대장은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그를 잊지 않았다.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왕 씨의 ‘해피엔딩’에 약간 다른 시각도 제기됐다. 당시 왕 씨는 산책하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휴가원도 내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것이어서 탈영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왕 전 부대장과 부대원들이 ‘연대 책임’을 졌다는 것. 따라서 아직 생존해 있는 다른 일부 부대원은 그를 원망하며 ‘영웅’ 대접을 받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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