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진단 6개월째…韓 경제, 호시절 한참 지났나

뉴시스

입력 2019-09-20 10:09 수정 2019-09-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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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분석
6개월째 '한국 경기 부진하다'고 짚어



정부가 6개월째 ‘한국 경기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외 위험 요인에 따라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한국 경제가 호시절을 지나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 정점이 언제였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는 20일 ‘2019년 9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을 내놓고 “한국 경제는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그린북부터 ‘부진’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이달로 6개월째다. 기재부가 6개월째 부진 진단을 내리는 것은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 이래 처음이다. 다만 올해 4~9월 부진 판단 대상은 월마다 달랐다. 4~5월에는 ‘광공업 생산·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가, 6~9월에는 ‘수출·투자’였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미-중 무역 갈등, 사우디 원유 시설 피격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부진’ 표현 장기화에 관해서는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그린북에서 빼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빼지 않았다). (이번 달에도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쓰면) 6개월 연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표현을) 사용했다”면서도 “(표현 하나로) 경제 실상이 사상 최장기간 부진으로 묘사된다면 어폐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어든 442억 달러다. 2018년 12월 이후 9개월째 내리 감소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일반기계(-6.2%)·석유제품(-14.1%)·석유화학(-19.2%)·반도체(-30.7%)·컴퓨터(-31.6%)가, 지역별로는 미국(-6.7%)·중동(-20.1%)·중국(-21.3%)의 감소폭이 컸다.

지난 7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 하락했다. 2분기 설비투자(국내총생산(GDP) 잠정치 기준)는 7.0% 줄었다. 2분기 건설투자(GDP 잠정치)도 3.5% 감소다. 건설기성(불변) 역시 6.2% 줄어들었다.

전월 대비로는 설비투자지수 2.1% 상승, 설비투자(전 분기 대비) 3.2% 증가, 건설투자(전 분기 대비) 1.4% 증가, 건설기성(불변)은 2.3% 감소했다.

지난 7월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p), 0.3p 하락했다. 동행지수는 건설기성액·소매판매액지수·내수출하지수 등의 하락이, 선행지수는 재고순환지표·소비자기대지수·건설수주액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주요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전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광공업 생산이 2.6%, 서비스업 생산이 1.0%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0.0% 오르는 데 그쳤다. 농산물·석유류 등 물가 변동 폭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지수는 0.9% 상승했다.

최근 경기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돼지고기 가격 여파와 관련해 홍 과장은 “물량 부족 우려 등 불안 심리 확대로 수요가 급증해 도매가가 급등했으나 소매가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라면서 “축산물 가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용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지난 8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42만5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0%로 전년 대비 1.0%p 낮아졌다.

홍 과장은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등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재정 집행을 가속화하고 하반기 경제 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등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투자·수출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은 이날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고 ‘최근 경기 순환기의 기준 순환일 설정’ 안건을 재상정 한다. 한국의 경기 정점이 언제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경기 정점은 지난 ‘2017년 9월’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6월 통계청이 기준 순환일 설정을 한 차례 논의했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경제통계분과위원 9명 중 경기 정점을 설정하자고 주장했던 위원(3명) 모두가 정점을 2017년 9월로 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 순환일과 관련해 기재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 과장은 “(통계청 국통위 경제통계분과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답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통계청 논의 결과가 공개되면 경기 국면과 관련한 분석·판단 등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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