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번호판 없이 타세요”…전기이륜차 보조금 노린 편법도 등장

뉴스1

입력 2019-09-16 13:36 수정 2019-09-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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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에이블인터내셔널이 수입하고 KR모터스가 유통하고 있는 NIU Npro© 뉴스1
 정부의 전기 이륜차 보조금이 조기에 고갈되며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지만 외려 가격을 더 낮춰서 파는 판매점들이 있다. 싼 대신 조건이 있다. 내년 보조금 접수가 시작될 때까지 차주는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고 도로를 누벼야 한다. 담당구청에 등록 없이 전기 이륜차를 운행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판매점들은 일단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고 내년에 2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아 이를 보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원가보다도 더 높게 책정된 전기 이륜차 보조금 제도의 허점이 고쳐지지 않자 이를 악용하는 꼼수들이 들끓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에이블인터내셔널이 수입하는 니우 엔프로(NIU NPRO)는 최근 보조금 신청이 마감된 지역의 일부 판매 대리점에서 9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NIU NPRO는 국내 출시가격이 369만원이다. 여기에 환경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225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면 소비자들이 144만원에 구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기 이륜차에 원가 이상의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보조금이 조기에 마감됐다. NIU NPRO는 보조금 마감 이후에 외려 이전보다 더 45만원이나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99만원에 NIU NPRO를 사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이 달린다. 담당구청에 정식 신고를 생략한 채 번호판을 달지 않고 타야 하는 것이다. 판매점은 올해 보조금 수령이 어려워지자 일단 재고분을 싸게 처리하고, 새로운 전기 이륜차 보조금이 확보될 내년으로 등록을 미루는 조건을 붙이는 꼼수를 부렸다.

이런 판매 방식은 수입사인 인에이블인터내셔널의 공식 정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본사의 공식 판매가격은 보조금 포함 144만원으로 99만원 판매는 일부 대리점들 특판 정책으로 보인다”며 “내년 보조금 신청 등은 절차 상 가능하지도 않고, 본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 News1
미등록 차량으로 거리를 다니면 차주들은 100만원의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책임보험까지 미가입 시에는 형사입건까지 될 수 있다. 판매점은 소비자들에게 “단속 시 보조금이 아직 안 나왔다고 경찰에게 잘 말 하면 넘어갈 수 있다”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입한 제품은 연내 소진을 하고 내년엔 신형을 들여와 팔아야 마케팅에서 유리한데 재고가 쌓이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조금을 핑계로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판매 방식을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영업방침일 뿐”이라며 “내년 보조금 수령은 어디까지나 내년에 신청 자격이 되는지 여부에 달린 것이지 지금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해 보조금까지 선점하려는 편법까지 등장한 이유는 중국산 전기 이륜차에 책정된 과도한 보조금 액수가 고쳐지지 않고 있어서다. NPRO의 국내 출시가격은 369만원으로 중국 현지 판매가 168만원(9999위안) 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여기에 환경부는 NPRO에 수입원가보다도 높은 225만원의 보조금을 줘가면서 수입사가 보조금과 유통마진을 이중으로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환경부는 내연기관 오토바이, 스쿠터 등을 전기 이륜차로 대체해 대기 질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하겠다며 2017년 33억원이던 예산을 올해 250억원으로 거의 8배 늘렸다. 그러나 전기 이륜차의 보급을 늘리는 데만 목표를 두다 보니 세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결국 수입 원가 보다 보조금이 높은 기형적 구조를 방조하게 됐다.

구매 대수 제한이 없는 보조금 지급방식 때문에 한 사람이 수백 대까지 사는 게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에선 이미 특정 브랜드의 수입사·판매점 등이 실제론 차량을 출고하지 않고, 한 사람의 명의로 보조금만 다수 신청하는 식의 편법을 사용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유통마진 없이도 보조금만 받아도 충분히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 탓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제조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보조금으로 인해 각종 편법까지 동원되는 지경”이라며 “보조금 제도의 전반적인 손질 없이는 국내 전기 이륜차 산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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