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분양이 불러오는 ‘평촌’의 확장… 허위광고 아닐까?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9-02-22 07:00 수정 2019-02-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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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삼성물산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2동 일대에 짓는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 위치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대에서 진행되는 신규 아파트 분양이 ‘평촌신도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이 일대 재건축 사업지를 분석한 결과 13곳 중 6곳에서 ‘평촌’이라는 지명을 넣어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대형건설사가 맡은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평촌에 대한 의존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분양한 아파트 5곳(▲2013년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2016년 평촌 더샵 아이파크 ▲2018년 평촌 어바인 퍼스트·비산자이아이파크 ▲2019년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 가운데 4곳에 이 같은 지명이 가장 맨 앞에 표기돼 있었다.

평촌은 안양시 아파트 분양 사업의 흥행 필수 조건으로 여겨진다.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신도시의 쾌적한 생활환경, 우수한 학군 등이 단골 홍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평촌 이름을 달고 분양한 아파트들은 청약 성적이 좋았다.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는 일반 1286세대 모집에 6719명이 몰려 평균 5.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평촌 어비인 퍼스트의 경우 1193가구에 5만8690명이 청약해 안양 지역 최고 경쟁률(49대 1)을 갈아 치웠다. 22일 본보기집을 열고 분양에 돌입한 비산2동 재건축 사업인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도 어김없이 평촌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대에서 최근 5년간 분양된 아파트 청약 경쟁률. 리얼투데이 제공

그러나 이들 사업지는 위치적으로 평촌신도시와 무관하다. 대부분 평촌 신도시와 걸쳐 있는 호계동·관양동·비산동 입지다. 하지만 해당 사업자들은 사업성을 고려해 아파트 이름에 평촌을 붙여 관할 시청의 분양승인을 받아내고 있다. 1995년 입주가 시작된 평촌신도시는 정작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기지 않아 아직까지 사업 추진 자체가 없다. 이 지역 재건축 사업을 허가를 안양시 주택과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은 분양가부터 단지 이름까지 해당 조합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선분양제도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이름이 핵심 광고상품과 다름없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해당 지역의 상징적인 명소를 포함시켜 상품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한다. 이 과정에서 역세권이나 학군, 도시 상징성 등을 엮어 아파트명을 부각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을 완료한 ‘e편한세상 보라매 2차’도 ‘보라매’ 권역을 강조하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보라매 권역은 면적 41만8㎡에 달하는 보라매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파트나 지하철, 상업 시설을 말한다. 하지만 e편한세상 보라매 2차는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보라매 생활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선착순 분양을 받고 있는 성남시 대장동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역시 판교신도시 생활권을 도보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치가 떨어져 있지만 어김없이 상징적인 지역 명칭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책과 담당자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허위광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표시광고법에 따라 소비자 오인성 여부를 판단해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의 경우 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명칭으로 인한 소비자 오인성 여부를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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