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는 제2 반도체”… SK이노베이션, 공격투자 속도

김창덕 기자

입력 2018-12-12 03:00 수정 2018-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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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맏형으로 ‘딥 체인지’ 선도

정유 중심 기업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체질 개선 주역은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이다. 현재는 충남 서산시에만 생산시설이 있지만 향후 헝가리, 중국, 미국을 더해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그룹은 늘 ‘변신’에 능한 기업이었다.

선경이라는 직물회사로 시작했지만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품에 안으면서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났고,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는 SK그룹이 정보기술(IT) 중심 기업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사들인 2011년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된 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 말 그룹 CEO세미나에서 ‘딥 체인지’를 강조한 후 SK의 이런 변화는 계열사별로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룹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은 그중에서도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의 투자 속도는 공격적이다 못해 호전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에 국내 3곳, 해외 5곳 등 모두 8곳의 생산시설 건설을 결정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맹위를 떨치는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최적의 투자 타이밍을 기다려왔다. 그리고는 올해 충남 서산시 배터리 2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헝가리 코마롬시와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공장이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4.7GWh(기가와트시)에서 2022년 55GWh까지 확대된다. 특히 독일 다임러와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이미 수주한 물량을 적기에 납품하기 위한 계획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8월 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인 이천포럼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9’에 참가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다. 글로벌 IT 업체들의 격전장인 이 전시회에 당당히 출사표를 낸 것이다.

화학부문 역시 날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다우로부터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해 글로벌 사업 기반을 더욱 탄탄히 했다. 2014년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과 합작해 세운 SK중한석화는 현재 대규모 공정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중한석화는 SK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 성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딥 체인지 2.0에 바탕을 둔 체질 개선 노력으로 4년 연속 3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에너지·화학기업 중 연간 영업이익 3조 원을 한 번이라도 기록한 곳은 SK이노베이션뿐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유례없는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실적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큰 편”이라며 “향후에는 배터리를 포함한 비정유부문 사업이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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