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추진… 신도시 건설 ‘꿈의 기회’

황재성 기자

입력 2018-12-08 03:00 수정 2018-12-0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해외서 비상하는 한국 건설]<4>포스코-롯데 건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모나스 독립기념탑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 자카르타=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11개 나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 국내에선 세계적인 관광지 겸 휴양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진과 쓰나미로 고통받는 곳으로만 인식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최근 국내 건설업계에서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풍부한 자원과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건설에서는 비교적 신인급에 속하는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사업 현장과 시장 공략 전략을 들여다봤다.


○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약 2억6000만 명(2015년 기준)에 이르는 세계 4번째 인구 대국으로서 풍부한 자원에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반면 도로 철도 전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6∼2017년 전 세계 136개 나라의 인프라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인도네시아는 60위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도로와 항만(75위), 공항(62위)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개발 수요가 크고, 항상 전 세계 투자 희망국 가운데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글로벌 투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8년 기준 장래 유망 글로벌 투자 국가 중에서 인도네시아는 9위로 선정됐다. 2014년 조사에선 14위였다가 5단계 올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업 논의는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가 지난해 7월 수도 이전 계획의 조사 검토를 위한 예산을 요청하면서 본격화됐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통 체증, 인구 집중으로 인한 슬럼화, 국토의 균형 발전, 자카르타 북부 지역의 지반 침하로 인한 홍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 건설업체들은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진출 외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정유 플랜트나 발전소 관련 공사에 집중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인도네시아에 1970년 처음 진출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67개 업체가 166억 달러(530건)를 수주했지만 대부분 화학플랜트와 발전소였다. 두 사업 수주액이 92억 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뒤를 이어 토목(33억5000만 달러·20.2%)이 많았고, 건축은 29억9000만 달러(18.0%)에 머물렀다. 그나마 건축공사도 증권거래소 등 사무용 빌딩을 단순히 수주받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 중심에 국내 기업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있다.


○ 시내 한복판에 교두보를 세우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9월부터 자카르타 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한 ‘라자왈리 플레이스’를 짓고 있다. 옛 포시즌스호텔을 개축하고, 지하 5층∼지상 27층과 5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2개 동을 신축하는 프로젝트이다. 2020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총사업비 3억 달러(약 3335억 원)가 투입된다. 고급 레지던스 아파트와 오피스, 호텔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아파트는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최상류층을 주 타깃으로 지어져 최고급 수준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된다. 330m²(약 100평) 규모인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300만 달러(약 33억 원)로 책정됐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17층 높이에는 입주민용 실내수영장이 설치되고, 일부 펜트하우스(1300m²)에는 전용 수영장도 조성된다. 포스코건설의 조영호 현장소장은 “계획대로 2020년에 공사가 끝나면 인도네시아에서 7번째로 높은 빌딩이 된다”며 “자카르타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게다가 라자왈리 플레이스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밀집한 지역에 가깝다. 자카르타 곳곳을 연결하는 8차선 간선도로도 인접해 있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 소장은 “라자왈리 플레이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사업지 인근 하수종말처리시설의 추가 수주는 물론이고 앞으로 라자왈리 그룹 소유 석탄화력발전 및 배터리 연료 사업도 공동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인도네시아를 해외 진출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사업 역량을 집중하며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 같은 사업 전략의 교두보로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특히 라자왈리 플레이스의 발주처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화교 기업인 라자왈리 그룹이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해외 진출 초기에는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기업의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고 효율적이다”며 “라자왈리 플레이스도 라자왈리 그룹이 직접 감리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현지 사정을 충분히 숙지하라


자카르타 중심상업지구인 골든트라이앵글. 이곳에서 롯데건설은 ‘코타 카사블랑카 3단계 사업’의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연면적 36만여 m² 크기의 오피스 1개 동과 아파트 2개 동(1195채)을 신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아파트 크기(전용면적 기준)는 64∼129m²로 다양하다. 아파트 복도와 실내는 대리석과 타일 등으로 꾸며져 고급 리조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분양가는 3억∼5억 원 수준으로 현지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롯데건설 관계자들은 “현지에선 중급 아파트 단지로 분류된다”고 귀띔했다. 단지 뒤편 대로변에는 파쿠원 그룹이 운영하는 대형 상가가 있다. 단지 앞쪽으로는 단독주택가와 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발주처는 인도네시아 초대형 주거상업단지 개발 사업의 선두주자인 파쿠원 그룹. 롯데는 현지 업체 토탈린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15년 10월 공사를 시작했다. 올해 7월 아파트 1개 동은 공사를 끝냈다. 오피스와 나머지 아파트 한 동의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도 이번 프로젝트를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롯데건설의 전윤승 현장소장은 “코타 카사블랑카는 롯데건설 최초의 인도네시아 건축 공사로서 인도네시아 건축 시장 진출의 초석이 되는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현장에서 얻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부동산 개발 사업 2개 프로젝트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개발형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선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며 함구했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업체들에 필요한 팁 한 가지만 얘기해 달라는 주문에 전 소장은 ‘시행사 리스크’를 꺼냈다. “한국과 다른 인허가 관행에다 예상하기 어려운 시행사 요구로 사업이 지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준비 과정에서 평판 조회 등과 같은 절차를 반드시 거치는 게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카르타=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