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습’에 반년 앞도 안보이는 시장… OLED 주도권도 넘봐

김지현기자

입력 2018-08-21 03:00 수정 2018-08-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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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8대 주력산업 점검
<2> 디스플레이



지난달 25일 LG디스플레이가 2000억 원이 넘는 2분기(4∼6월) 대규모 영업적자를 발표하자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여파 탓”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가파르게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CD 시장 성장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였는데 반년 새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매일 출근해서 패널 가격만 들여다보는 세계 최고 수준 전문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 시장 뒤흔드는 중국발 공습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예측도 완전히 빗나갔다. IHS마킷은 지난해 말 올해 6월 패널 가격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65인치 초고화질(UHD) 패널은 11.4%, 40인치 고화질(풀HD) 패널은 10.5%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 두 배가 넘는 25.7%와 26.7%나 가격이 떨어졌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업체로 올라선 중국 BOE가 올해 초 허베이성에서 세계 최초로 10.5세대(2940×3370mm) LCD 패널 공장을 가동했는데 업계 예상보다 반년 이상 빠르게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신식화부가 공동으로 디스플레이 육성 계획을 발표한 이래 막대한 지원을 이어왔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BOE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 215억7000만 위안(약 3조5349억 원), 영업이익 23억6000만 위안으로 10.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는데 정부로부터 10억6000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은 효과가 컸다. 이 보조금이 없었다면 영업이익률은 6.4%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BOE 외에도 7개 중국 업체의 차세대 LCD 라인이 내년 초까지 줄줄이 가동될 예정이다.

아직 매출 기준 LCD 점유율은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있지만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지난해 이미 중국에 밀렸다. 지난해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의 생산능력은 내년이면 한국의 2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미 뺏긴 LCD 이어 OLED도 불안


국내 업체들은 아직 중국 업체들과 1∼2년 이상 기술 격차가 남아 있다고 평가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전략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중국에선 아직까지 BOE, 에버디스플레이, 비전옥스 등 5개 기업에서 중소형 OLED만 소량 생산 중이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올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박람회 ‘SID 디스플레이 위크’는 애플 명찰을 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부품업체 전시회지만 애플은 전년(280명)보다 훨씬 많은 369명의 개발자를 참가시켰다. 아마존이나 구글, 오큘러스 등에서 40명 미만으로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였다.

최근 애플은 패널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AP를 직접 설계해 대만 TSMC에 생산 외주만 맡기듯 디스플레이도 직접 설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애플이 BOE와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해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톱2’ 고객사에는 납품하지 못하고 내수업체들에만 공급해 왔다. 만약 중국 정부 보호 속에 애플이라는 최대 고객사를 잡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 업체들은 또 한 번 패권을 뺏길 위기에 놓이게 된다. LCD 패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OLED마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서 LCD로 패널 패러다임이 바뀔 때 한국이 일본을 제쳤듯 LCD에서 OLED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시장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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