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이어 일반 아파트도 찬바람

천호성 기자

입력 2018-05-23 03:00 수정 2018-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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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대장주’ 아파트도 급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84m² 타입은 이달 초 연초 시세보다 2억 원 이상 낮은 19억3000만 원에 팔렸다. 3월 말까지만 해도 21억 원 미만에 나오는 매물을 찾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호가가 최저 19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포동 가든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변 재건축단지가 완공되는 하반기(7∼12월)에 시세가 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수요자들이 있다”며 “이달 들어 급매물이 일부 나왔지만 거래는 드물게 이뤄진다”고 전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잇단 정부 규제로 재건축 시장이 움츠러든 이후 일반 아파트 시세도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2016, 2017년의 시장 활황기에는 드물었던 급매물이 ‘대장주’로 꼽히는 단지들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 강남 재건축 이어 일반 아파트값도 ‘흔들’

18일 부동산114 ‘수도권 주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14∼18일) 재건축을 뺀 서울 일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5%로 지난해 9월 둘째 주(2017년 9월 11∼15일) 이후 주간 기준 8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강남구(0.01%) 서초구(0.02%) 송파구(0.03%) 등 강남지역 변동률이 보합 수준에 머무른 영향이 컸다. 1, 2월에만 해도 서울의 일반 아파트값 주간 상승폭이 최고 0.51%에 달했지만 3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핵심 입지의 단지들에서 전에 없던 급매물이 나오는 데 주목한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의 경우 3월 16억3000만∼16억5000만 원(전용면적 84m² 기준)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부터 15억 원에도 매물이 나온다. 최근 이 지역 전세금 시세가 떨어지면서 과거 갭 투자(고액의 전세를 끼고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는 투자 방식)로 집을 샀던 일부 주인들의 투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포자이와 함께 반포 지역의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역시 연초 24억 원 정도였던 호가가 최근 22억∼23억 원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이상 기류’는 재건축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연초 매주 1%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던 재건축 아파트값은 4월 중순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 마지막 주(4월 23∼27일) 0.03% 떨어진 데 이어 지난주까지 매주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 “보유세 인상되면 집값 안정세 본격화”

시장 활황기에는 재건축 아파트가 주변 일반 아파트 시세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3.3m²당 4200만 원 이상의 높은 가격에 분양되는 재건축 단지들이 주변 일반 아파트 몸값을 끌어올리는 식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각종 규제로 고(高)분양가 책정과 재건축 매매거래 등이 제한되면서 인근 일반 아파트를 사려던 수요자들도 지갑을 닫고 시장 향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7월 말 나올 보유세 개편안을 하반기 강남지역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꼽는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지난달부터 서울 등 청약조정 대상 지역에 적용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만으로도 강남권 매매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보유세가 개편되면 거래 절벽, 매수심리 위축,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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